1920~30년대 베스트셀러는 바로 '족보'였다. 근대로 넘어가던 그 시기에, 전근대의 유물인 족보의 발간과 읽기가 유행이었다는 것은 꽤나 역설적이다. 더불어 당시에는 가부장적 질서를 강조하는 '주자가훈'과 페미니즘 소설 '인형의 집'이 함께 읽히는가 하면 '성욕과 성교의 신연구' '남녀 생식기 도해 연구'란 성(性) 관련 서적들과, 레닌의 저작과 총독부 수험서가 나란히 광고되기도 했다. 이처럼 이 책이 그리는 것은 1920~30년대, 근대와 전근대가 충돌하던 당대의 독서 풍경이다. 저자가 주목하던 1920년대에는 근대적 학교와 매체가 등장했으며, 그러한 이유로 글을 깨친 독자가 양산되며 독서는 식자층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의 오락거리와 취미로 새롭게 자리잡게 되는 시기였다. 더불어 여러 명이 모여 '하늘 천 따지'하며 소리내 읊으며 진행되던 독서는 점차 개인적 행위로 변하게 된다. 관심사의 확장과 더불어 발간되는 책의 양 또한 만만치 않았던 때문이다. 심지어 1930년대 중반에 '잡지 대여업'은 소자본으로 가능한 '인텔리 청년'이 손댈만한 일로 얘기되기도 했다.
딱딱한 문학사 대신 노(老)선비, 여성 등 읽는 이의 문화사라는 점에서 또 다른 흥미를 자아내고 있으며, 당대 신문기사나 광고 등 책에 인용된 다양한 자료는 그 시대를 재구성하는데 매우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근대의 대두로 말미암은 '책 읽기'의 변화 모습이 매우 흥미롭게 전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