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로 자신의 존엄을 지킨 어느 아동 성노예의 비망록
세계적인 과학자이자 의사인 제임스 A. 레바인의 데의 데뷔작으로, 인신매매/감금/구타/강간/착취/살인 등 아동 성매매를 둘러싸고 실제로 인도에서 자행되는 범죄적 현상, 그리고 표적인 아동 성노예가 처한 극악한 현실을 여실하게 그려 이슈가 된 작품이다. 작가는 인도 뭄바이의 사창가에 아홉 살 때 팔려가 모진 세월을 살아가는 열다섯 살 소녀의 가슴 저미는 목소리를 작품 속에 담아 냈다. 생지옥 같은 처지에 굴하지 않고 끝끝내 자신의 영혼을 지켜내기 위해서 '글쓰기'에 매달리는 주인공의 처연하도록 아름다운 분투는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진다.
인도의 오지 마을 드리파질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에게 귀염 받고 동생들에게 장난 잘 치는 맏딸로 티 없이 자라던 바툭은 일곱 살 때 호된 폐렴으로 선교사 병원에 입원한다. 그곳에서 난생처음 '글'의 세계를 만나 황홀경에 빠져든 바툭은 그동안 자신이 물 한 모금 축이지 않고 사막을 걸어다닌 처지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타는 목마름으로 더듬더듬, 그러나 신통방통하게 빨리 글을 깨쳐간다. 아홉 살 되던 해 아빠 손에 이끌려 뭄바이의 사창가로 팔려간 바툭은 하루에 10여 명의 남자를 상대해야 하는 '일상'을 오로지 상상력과 언어의 힘에 기대어 살아간다.
작가는 2002년 '미성년기 노동이 교육과 영양실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던 중 인도에서 무지갯빛 테두리가 찬연한 분홍색 사리를 입고 짙푸른 철문에 기대앉아 푸른 공책에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있는 어린 창녀를 만난다. 열다섯 살짜리 그 소녀를 직접 만나본 작가는 그 아이의 존재에 경외감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그 아이의 참담한 삶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에 크나큰 죄책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후 소녀를 향한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으로 현장 연구원들의 리포트, 그곳 아이들이 생존해가는 환경에 대한 인터뷰와 관찰일지를 토대로 이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책 판매에 따른 인세의 전액을 착취당하는 아이들을 구호하는 단체에 기부하기로 한 것은 이 소설에 지극히 어울리는 결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