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판 조류도감』과 『사가판 어류도감』은 일본 만화의 거장 모로호시 다이지로가 2000년부터 2007년까지 고단샤의 《모닝》과 《별책모닝》에 비정기 연재한 단편 시리즈를 엮은 작품집이다. ‘사가판’이란 다른 말로 사각본이라고도 하며, 대중을 대상으로 발행한 일반 도서가 아니라 특정한 개인이 지인 등과 함께 돌려보기 위해 한정 부수만 찍어낸 자비 출판 도서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이 ‘조류도감’과 ‘어류도감’은 어디까지나 ‘모로호시 다이지로’판 이야기 모음집인 셈이다.
‘도감’이라는 명칭이 붙었지만 이 책들은 당연히 진짜 도감은 아니다. 책에 나오는 ‘조류’와 ‘어류’는 이를테면 영혼을 나타내는 상징으로서의 새, 중국 고전 『장자』에 등장하는 전설의 새, 동화 속 주인공인 인어 공주의 재해석, 먼 미래 세계의 로봇 어류 등 상상의 세계에 속하는 존재들이다. 그 기묘한 이야기 세계는 마치 중국의 고대 기서 『산해경』을 연상시킨다. 현대의 구전 동화, 도시 괴담 등을 모은 현대판 『산해경』이라 할 만 하다.
‘사가판 도감’ 시리즈는 모로호시의 기묘한 세계에 들어가는 최적의 입문서다. 단 두 권으로 이루어진 이 시리즈 하나만으로도 순식간에 40여 년에 걸친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대폭 깊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