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또 하나의 ‘자연’이 된 장치를 분석한다 !!!
인류의 잠재성을 더 많이, 더 풍부하게 실현할 수 있도록 해주리라던 온갖 기제들이 도리어 어떻게 인류에게서 그 본질이나 역량을 빼앗아가게 되는지, 그리고 현대인들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를 ‘장치’라는 개념을 통해 탐구한다.
아감벤이 말하는 장치는 어떤 기계나 도구의 총체가 아니다. 오히려 아감벤은 “생명체들의 몸짓, 행동, 의견, 담론을 포획, 지도, 규정, 차단, 주조, 제어, 보장하는 능력을 지닌 모든 것”을 문자 그대로 ‘장치’라고 부른다. 따라서 권력과의 연관성이 명백한 “감옥, 정신병원, 판옵티콘, 학교, 고해, 공장, 규율, 법적 조치 등”뿐만 아니라 그 연관성이 은폐되어 있는 “펜, 글쓰기, 문학, 철학, 농업, 담배, 항해[인터넷서핑], 컴퓨터, 휴대전화, 언어 자체”도 장치에 속한다.
양창렬의 "장치학을 위한 서론" 은 아감벤이 제기한 ‘장치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풀이해주기보다는 자기의 문제의식 속에서 끝까지 밀어붙인다 양창렬에 따르면 아감벤 역시 장치에 의한 주체화가 사실은 모든 주체성의 파괴로 이어지는 탈주체화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세속화’라는 개념을 통해 탈주체화가 인간이 지닌 잠재성 회복의 조건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아감벤과 달리, 양창렬은 장치의 탈주체화 탓에 서로 분리된 존재들의 연대에 초점을 맞춘다. 요컨대 법적으로 시민이지만 사회적으로 시민 취급을 못 받는 시민-비시민(쓰다 버릴 수 있는 인간, 비정규직)과 비시민으로 배제되면서도 시민의 역할을 강제받는 비시민-시민(외국인 노동자, 불법체류자 등)의 연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