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인물해석과 유머감각을 바탕으로 동양고전을 새롭게 그려온 고우영 화백. 그의 고전극화 복간 작업이『삼국지』,『수호지』등에 이어 이제 『초한지』에 이르렀다. 처진 눈을 하고 허허실실 웃음 짓는, 『삼국지』의 유비를 연상시키는 유방의 모습과 덥수룩한 수염에 부리부리한 눈매를 한 항우. 그의 다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생생히 살아 숨쉬는 캐릭터들이 예사롭지 않다.
작가는 중국 역사서 중에서 초한지 만큼 상큼한 드라마를 찾아보기도 쉽지 않다고 말한다. '유방과 항우'라는 비교적 단순하게 압축된 인물의 대결구도부터 시작하여 짧은 시간 동안 전개되는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그리고 장중한 끝맺음까지.
너무나 다른 두 인물이 천하를 놓고 힘과 지혜를 겨루는 이야기와 두 지도자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이 각자의 처세술로 장세에 대처하는 모습 등은 언제 읽어도 새로운 재미를 준다.
독창적인 만화 표현과 파격적인 발상이 20년 전의 만화임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현대적이며, 역사와 인물에 대한 독특한 해석 역시 그렇다. 인생의 비장감을 그리는 중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 고우영 화백의 『초한지』는 요즘 세대들에게도 고전극화의 진수를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