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으로 치달은 운미 민영익의 삶
이 불세출의 인물에 대한 당대의 단평들은 숱한 곡해와 비방, 오해를 낳았고
독보적 존재에 대한 과장스런 묘사들을 덧대어 기이한 추상화를 그려냈다
이 소설은 근세조선의 대단원의 막을 장식하는 민영익을
‘회상록’ 형식으로 제시해 역사소설 쓰기의 전범을 제시한다
일본 문화에 대한 고찰을 저자 특유의 문체로 써내려간 『일본 탐독』, 소설 쓰기의 지침을 제시한 『작가를 위하여』 이후 2년 만에 소설가 김원우의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1977년 등단 이래 쉼 없이 작품을 발표해온 그가 『부부의 초상』을 발표한 지 4년 만이다. 그의 소설 문장은 이제 한국어의 개별 장르이자 계보의 하나로 자리잡으면서 우리 삶의 세부를 켜고 전망의 허실을 가늠하는 상징에 이르고 있다. 치렁치렁한 만연체 문장은 그의 특장인데, 사라져가는 우리말과 방언들을 풍부하게 되살려내기 때문이다. 오늘날 현대소설이라 불리는 장르가 갖는 이른바 ‘현대성’과는 사뭇 거리가 있을지 모르나 이러한 특징은 계속해서 그의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자 그의 소설이 “우리말의 맛깔스러운 잔칫상”이라 불리는 이유다.
이번 작품은 조금 독특하다. 역사소설인 만큼 철저한 자료 조사가 근간이 된 것은 물론이고, 역사를 바라보는 작가 특유의 사관과 주인공을 형상화하는 글솜씨가 민영익이란 인물을 재탄생시킨다. 특히 형식을 눈여겨볼 만하다. ‘회상록’을 표방한 이 소설은 기왕의 역사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우리가 살아낸 세상과 여러 제도의 허물을 굽어살피는 미덕을 지닌다. 한편 그저 역사소설의 범주에만 가둘 수 없는 다채로움을 지니기도 한다. 즉 성장소설, 풍속소설, 심리소설, 탐험소설, 환상소설, 사실寫實소설, 추리소설의 미덕이 골고루 배어 있어 기존의 소설 형식을 해체하는 서사 기록물이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