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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마티네의 끝에서
글쓴이
히라노 게이치로 저
출판사
arte(아르테)
출판일
2017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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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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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노 게이치로

명문 교토 대학 법학부에 재학중이던 1998년 문예지 『신조』에 투고한 소설 『일식』이 권두소설로 전재되고, 다음해 같은 작품으로 제120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 당시 최연소 수상 기록으로, '미시마 유키오의 재림'이라는 파격적인 평과 함께 예리한 시각과 전위적 기법으로 차세대 일본문학의 기수로 자리매김했다. 아쿠타가와 상의 대학 재학생의 수상은 무라카미 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이후 23년 만의 일이었다.

섬세하고도 날카로운 시각으로 현대사회의 문제점들을 바라보는 신세대 작가인 그는 1998년 스물셋의 나이에 '일식'으로 아쿠타카와상을 수상할 당시 화려한 한문투 문체와 장대한 문학적 스케일로 주목을 받았다. 일본소설하면 흔히 떠올리는 '가벼움'과는 거리가 있는 작품으로 많은 국내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다. 밝은 문장으로 죽음을, 무거운 문체로 연애를 그릴 순 없냐는 그의 말에서 순문학 작가로의 포부와 자부심이 묻어난다.

1975년 6월 22일 아이치 현에서 태어났다. 중학생 시절 '금각사'라는 명작을 남긴 미시마 유키오(1925~1970)에 푹 빠져 지내면서 미시마가 책에서 조금이라도 언급한 작가는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때 접한 작가가 도스토예프스키, 토마스만, 괴테 등이다. 어린 시절의 독서가 오늘날 그를 소설가로 성장하게 한 든든한 자양분이 되었다. 교토 대학 법학부 입학하여 소크라테스에서 자크 데리다에 이르는 정치사상사를 공부했다. 문예창작과의 제도적인 문인교육을 받은 적은 없으며, 정치사상사를 문학 공부와 병행하는 것이 작가적 성찰을 얻는데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문학 교육이 아닌 다른 경험으로부터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흥미가 많은 그는 재즈 대담집을 발간하고 건축잡지의 책임편집을 맡는 등 문학 외적인 방면에서도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2008년에는 모델 겸 디자이너인 하루나와 결혼했다. 이제는 등단 10년이 넘는 중견작가로, 1993년과 비교해 70% 정도로 규모가 줄어든 일본 순문학 시장에서 소설의 힘을 믿고 소설을 통해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문제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하며, '공감'을 통해 독자와 만나고자 한다.

해박한 지식과 화려한 의고체 문장으로 중세 유럽의 한 수도사가 겪는 신비한 체험을 그린 『일식』 작품은 '미시마 유키오의 재래(再來)'라는 파격적인 평과 함께 일본 열도를 히라노 열풍에 휩싸이게 하며 일본 내에서 40만 부 이상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999년 메이지 시대를 무대로 젊은 시인의 탐미적인 환상을 그려낸 두번째 소설 『달』을 발표한 이후 매스컴과 문단에서 쏟아지는 주목과 찬사에도 불구하고 3년여 동안 침묵을 지키며 집필을 계속해, 2002년 19세기 중엽의 파리를 배경으로 낭만주의 예술가들의 삶을 그린 대작 『장송』을 완성한다. 같은 해 특유의 섬세하고도 날카로운 시각으로 현대사회의 문제점들을 바라본 산문집 『문명의 우울』을, 2003년에는 이윽고 현대 일본으로 작품의 배경을 옮겨 젊은 남녀의 성을 세심한 심리주의적 기법으로 추구하는 등 실험적인 형식의 단편 네 편을 수록한 『센티멘털』(원제:다카세가와)을 발표한다.

2004년에는 더욱 심화된 의식으로 전쟁, 가족, 죽음, 근대화, 테크놀로지 등 현대사회의 여러 테마를 아홉 편의 단편으로 그려낸 『방울져 떨어지는 시계들의 파문』을, 2006년에는 인터넷 성인 사이트를 소재로 삼아 현대인의 정체성을 파헤친 『얼굴 없는 나체들』을 연달아 발표하여 왕성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책 소개

분야외국소설
“지금 옆에 있는 그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입니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 히라노 게이치로
일본 판매 15만 부 돌파, 와타나베 준이치 문학상 수상!

“사랑에 대한 소설을 쓰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습니다. 10대 때처럼 서로 감정만 높아지거나 상처 입거나 하는 게 아니라, 일도 있고 가정도 있는 이들의 사랑, 거기서 배어나오는 인간성을 리얼하게 그려봤으면 했어요. 세상이 살벌한 요즘, 소설을 읽고 홀린 듯 아름다운 세계에 젖어들 만한 시간을 나 스스로도 원하고 있었고 독자도 그런 마음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_ 작가의 말

◎ 도서 소개

“이런 확실한 감정은 인생에 단 한 번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 히라노 게이치로가 그려낸
사랑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연애소설!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이자, 인간 내면의 문제를 꾸준히 탐구해온 히라노 게이치로.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최신작 『마티네의 끝에서』가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23세에 발표한 데뷔작 『일식』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문단에 등장한 후, 깊이 있는 주제와 고풍스러운 문체를 트레이드마크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자신의 작품에 일련번호를 붙여 각 단계별로 구체적인 형태를 부여하는 작업을 계속해온 점 역시 독특하다. 『투명한 미궁』과 함께 4기 문학에 속하는 『마티네의 끝에서』는 사랑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연애소설로 출간 일주일 만에 초판이 소진되었으며, 1년이 지난 지금 15만 부 판매를 돌파했다.
『마티네의 끝에서』는 2015년 3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약 1년간 마이니치신문에 연재되었으며, 같은 해 4월에 마이니치신문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발간을 즈음하여 《북 숄츠(Book Shorts)》와 가진 인터뷰에서 작가는 ‘10대 때처럼 서로의 감정만 높아지고 상처 입는 것이 아니라 일도 있고 가정도 있는 가운데서의 사랑, 거기서 배어나오는 당사자들의 인간성을 리얼하게 그려보고 싶다’고 밝혔고, 그의 말처럼 『마티네의 끝에서』는 ‘홀려들듯이 아름다운 지성의 세계’가 펼쳐진다. 천재 기타리스트 마키노 사토시의 연주 장면을 통해 히라노 게이치로의 음악의 문학적 표현을, 국제적으로 활약하는 저널리스트 고미네 요코를 통해 이라크 문제와 테러, 그 뒤에 자리한 세계정세에 대해 생생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일본 독자와 서점 직원들의 극찬
▶ “오감을 곤두세운 채 곱씹으며 읽었다. 이런 연애소설은 처음이다.” _ 이시다 유리코 (배우)
▶ “고통에서 눈을 떼지 않고도 인생의 멋진 순간이 있음을 체감시켜준 특별한 작품!” _ 마타요시 나오키 (작가)
▶ “내일 죽는다면, 조금이라도 이 책을 읽고 죽고 싶다고 생각했다.” _ 기노쿠니야 서점 다케다 유키오 (MD)
▶ “ ‘미래는 늘 과거를 바꾸고 있다.’ 이런 걸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굉장한 걸 읽어버렸다.” _ Carlova360 NAGOYA 오쿠가와 유키코 (MD)
▶ “인생의 끝에서 좋은 작품을 만나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_ 90대 여성

과거와 미래의 사이에서 방황하는, 사랑하는 이를 향한 마음
“단 세 번 만난 사람이 누구보다도 깊이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천재 기타리스트 마키노 사토시는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 마지막 날 프랑스 RFP 통신에 근무하는 기자 고미네 요코를 만난다. 요코는 마키노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감독 예르코 소릿치의 딸이었고, 그녀는 기타리스트의 마키노 사토시를 팬으로서 좋아하고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에 열중하지만 요코에게는 이미 미국인 약혼자가 있었고, 서로에 대한 마음을 간직한 채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마키노는 그녀를 향한 마음을 가누지 못한 채 슬럼프에 빠지게 되고, 스스로의 연주에 만족하지 못하는 등 음악을 향한 열정이 조금씩 사라져가는 것을 느낀다. 요코 또한 바그다드를 취재하던 도중 테러사건을 겪는데 간발의 차로 위험한 순간을 모면한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것을 눈앞에서 마주한 충격으로 PTSD(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머나먼 이국에서도 메일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동시에 불안감도 커져간다. 마키노는 마드리드 페스티벌 초청을 계기로 요코와 재회하고, 만나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요코 역시 그의 진심에 마음이 흔들리게 된다. 마키노는 요코의 대답을 기다리며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공연을 시작하지만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결국 중도에 연주를 멈추는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고 만다. 하지만 그날 밤 요코가 공연에 갈 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고, 요코의 마음이 자신과 같음을 확인한 후 함께하기로 약속하는데…….

‘이 사랑은 또 다른 하나의 사랑을 포기하는 데 상응할 만한 것이 아니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 마키노가 자신에게 불만을 품어서는 안 되었다. 완전히 그가 원하는 그대로의 존재일 수만 있다면, 어쩌면 리처드에 대한 죄의식에서도 해방될 수 있을까.’

『마티네의 끝에서』는 어른들을 위한 애틋한 로맨스이면서도 국제적 정치와 사회적 상황에 대해서도 동시에 다루고 있다. 이라크 사태와 함께 과거 유고슬라비아에서 일어난 이른바 ‘민족 정화’의 만행, 그리고 그 이전의 30년 전쟁, 나아가 나가사키 원폭투하 같은 인류사의 비극이 소설 스토리의 현재와 과거로서 미묘하게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현대로 날아와 뉴욕 월 가의 ‘탐욕’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SNS를 통해 아베 정권의 정치 방식과 역사 인식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있는 몇 안 되는 작가들 중 한 사람이다. 2011년 3월 11일의 동일본 대지진의 충격과 점점 우경화하는 경향을 보이는 일본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도 『마티네의 끝에서』의 소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예측 불가능한 운명과 인간의 자유의지, 천재와 범재(凡才)의 서글픈 평행선 등, 인간의 삶의 밑바탕을 뒤흔드는 중요한 명제들이 작가의 연륜에 걸맞은 스케일로 이야기되고 있다는 것도 이 작품의 뛰어난 점이다. 게다가 일본의 대표 기타리스트들을 비롯해 난민지원협회, 나가사키 증언 모임, 국제인권 NGO 휴먼라이츠워치 일본 대표, 저널리스트 등을 취재하며 음악의 문학적 표현과 국제 정세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운명의 장난인지 아니면 그들 자신의 의지에 따른 일인지, 서로 사랑하면서도 따로 떨어져 각자의 가정과 일에 ‘충실해버린’ 두 주인공은, 살아가면서 중요한 뭔가가 있을 때마다 서로를 만나 이야기하고 싶은 간절한 바람을 가진다. 뒤집어보면 ‘이야기가 통하는 영혼’이 ‘이곳’에는 그만큼 드물다는 얘기인지도 모른다. 수많은 대중과 공유하고자 하는 ‘마티네’ 공연에도 불구하고 그 한편에서는 세계를 좀 더 진지하게 파악해보려는 올바른 지향성을 만나기 힘든 시대의 고독. 그래도 거기에서 희망을 암시해보려는 작가의 진지한 시도를 독자들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_ 옮긴이의 말

『마티네의 끝에서』 출간과 함께 히라노 게이치로가 한국에 찾아옵니다!
“히라노 게이치로와 김연수가 함께하는 5월의 마티네” (With 허희, 기타리스트 지욱)

행사 일시 : 2017년 5월 23일 저녁 7시 30분~9시 30분
행사 장소 : 북티크 서교점

◎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음악 리스트

제1장
1 「아란후에스 협주곡」
2 브람스의 「간주곡 제2번 가장조」
3 「예스터데이」 (레논&매카트니 / 다케미쓰 도루 편곡)

제2장
1 사이먼 앤 가펑클의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2 스티비 원더의 「비전스」
3 로버타 플랙의 「킬링 미 소프틀리」

제3장
1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톡식」
2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제3번」

제4장
1 페르난도 소르의 「환상곡 작품 54」
2 카스텔누오보 테데스코의 「기타 협주곡」

제5장
1 코시킨의 「프렐류드&푸가」
2 로드리고의 「소나타 지오코사」
3 버클리의 「기타를 위한 소나타」
4 바리오스의 「대성당」
5 빌라 로보스의 「가보타 쇼로」

제6장
1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

제7장
1 빌라 로보스의 「연습곡 제1번」
2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아다지오」

제8장
1 토드 런그렌의 「어 드림 고즈 온 포에버」
2 모차르트의 「현악 4중주 제17번 ‘사냥’ 제4악장」

제9장
1 브라우어의 「검은 데카메론」

◎ 책 속에서

전혀 현실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대로 아침까지 함께 보내는 선택도 있었던 게 아닐까, 하고 나중에야 두 사람은 각자 생각했다. 왜냐하면 훗날 그들의 관계 속에서 이 기나긴 밤의 만남은 특별한 기억으로 수없이 회상되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아쉬운 듯 나누었던 눈빛이 특히 ‘섬세하고도 감지하기 쉬운’ 기억으로 남았다. 그것은 끊임없이 과거의 하류로 향하는 빠른 시간의 물결 한복판에서 조용히 고독한 빛을 내뿜었다. 그 너머에는 바다처럼 펼쳐진 망각! 그 바로 앞에서 미래의 두 사람은 상처를 입을 때마다 거듭거듭 그날 밤의 어둠에 둘러싸여 서로를 바라보게 되었다. _ 39쪽

아닌 게 아니라 사랑의 효능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나이와 함께 인간이 연애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은, 사랑하고 싶은 열정의 고갈보다 ‘사랑받기에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가’라는, 10대 무렵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그 맑은 자의식의 번뇌가 둔화되었기 때문이다.
아름답지 않기 때문에, 쾌활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라는 고독감을, 일이나 취미 같은 장점은 그럴 리 없다고 간단히 위로해버린다. 그리하여 인간은 단지 그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 아름다워지고 싶다, 쾌활해지고 싶다고 간절히 꿈꾸는 것을 잊어버린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값할 만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없다면 사랑이란 대체 무엇인가.
마키노는 분명 첫 만남 때부터 요코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날 밤을 이제는 그렇게밖에는 되돌아볼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때 품었던 그녀에 대한 동경은 이제 뛰어넘어야 할 그녀와의 거리가 되었다. _ 98쪽

요코는 마키노의 그 말과 행동에 격하게 마음이 뒤흔들려 뺨이 붉어졌다. 하지만 쏟아지려는 그에 대한 마음을 억누르듯이 크게 숨을 내쉬고 가만히 웃으면서 말했다.
“나, 이제 곧 결혼해요.”
“그러니까 내가 그걸 막으러 왔죠.”
마키노는 정면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요코는 바로 그 말을 지금껏 기다려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벌써 오래전부터, 아마도 바그다드에 있었을 때부터. 하지만 그걸 지금 이런 때에 듣게 된 자신의 불행 때문에 그녀는 갈등하고 번뇌했다. 하필이면 지난 3주일 동안 몸의 ‘불편함’ 때문에 리처드의 아이를 임신한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있는 그런 때에. _ 141쪽

요코는 마키노를 생각하지 않는 날이 없었다. 불면의 밤에는 그와 포옹을 나눈 소파에 몸을 눕히고 오로지 그에 대한 것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단 1년 전의, 그와 만나기 이전의 자신을 신기한 마음으로 되돌아보았다.
11월의 그날 밤, 그 얼마 전에 알게 된 레코드회사의 고레나가가 마키노의 콘서트에 데려가주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도 마키노를 사랑하지 않는 고미네 요코라는 인간으로 살았을 것이다.
요코는 마치 출구가 수없이 많은 미궁 속을 헤매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길을 잘못 들어서면 막다른 곳에 부딪혀 반드시 올바른 길로 되돌아가야 하는 미궁보다 오히려 어떤 길을 선택하건 막다른 곳 없이 그대로 다른 출구가 준비된 미궁이 훨씬 더 잔혹하다.
마키노의 사랑 속에서 현재의 나를 상실하고 싶다는 욕망 한편의, 그 사랑을 위해 나 자신을 잘 유지해야 한다는 의무감. 그 모순된 생각에 따라 요코는 점점 찢겨갔다. _ 224쪽

그녀는 마키노를 사랑하고 있었다.
때때로 가슴이 미어질 만큼 고통스러운 사랑의 충동도 경험했지만 그것과 동시에 그녀는 마키노를 뭐랄까, 인간으로서 완전히 좋아하게 되었다.
그와 마주하면 별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적인 대화가 인생의 기쁨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자주 찾아왔다. 그것은 거의 불가사의하다고 느껴질 만큼 기적 같은 일이었다.
이 세상은 그녀 자신이 직접 체험하는 것보다 일단 그에게 경험하게 하고 그의 언어를 통해서 얻는 편이 한층 더 정채를 내뿜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주 조금 비뚤어진 그 섬세함도 점점 이해가 되면서 사랑스럽고 때로는 우습기도 했다. 여전하시네, 하고. _ 2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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