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15인이 날실과 씨실로 치밀하고 섬려하게 변주하는 15개의 황홀한 아리아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언어로 연주하고 그 언어들이 다시 음을 이루는, 치열하고 호기로운 음악적 텍스트로, 실존 인물인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를 모티프로 한 음악소설이다. 음악이 소재이지만 음악 지식이나 음악적 경험을 앞세운 일부 예술소설의 범주를 뛰어넘는 작품으로, 음을 말로, 말을 다시 음으로 변주하고자 한 가슴 벅찬 실험이자, 변주곡이라는 형식을 빌려 언어들을 한껏 유희하는 호기심 가득한 텍스트이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연주로 유명세를 얻은 피아니스트 ‘길렌 골드문트’는 유럽의 유서 깊은 음악 도시 ‘비히니스부르크’의 골드베르크 재단에 초청을 받아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언어’로 변주해 달라는 제의를 받는다. 피아니스트, SF 작가, 기타리스트, 작곡가, 성악가 등 각 분야 예술가들을 캐스팅한 후, 길렌 골드문트는 피아노 시대가 오기 전인 하프시코드 시대로 역진화하기를 소망하면서 댐퍼 페달을 과감히 떼어낸다. 그는 피아노의 페달과 건반, 연주자마저 사라질 때 예술의 진정한 진화가 이루어진다고 확신한다. 그의 노트에는 15인의 예술가의 말(언어)로 이루어진 15개의 아리아가 글로 빼곡히 적혀 간다. 그는 자신의 노트에 15인의 예술가를 불러내고, 15인이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언어로 변주하는 동안, 이야기가 펼쳐지는 장소는 낯설어지고 이방인과 인디언, 외계인 등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이 튀어나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