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연작'을 통해 예리한 작가적 시선과 장인적 기술을 동시에 지닌 신예로 평가받던 작가 조헌용의 두 번째 연작소설집. 이번에는 '마라도 연작'이라고 불러야 할까. 욕망과 절망을 동시에 품고 세상을 표류하는 일곱 명의 이방인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 작품은 한반도 최남단의 섬 마라도를 배경으로 한다. 일곱 조각의 직소퍼즐을 닮은 이야기들 속에서 콜라병 조각, 고장 난 손목시계와 같은 사소한 소재들이 울퉁불퉁한 퍼즐의 윤곽선들을 이루어 서로 다른 단편의 공간 속으로 파고드는 다리가 되고 있다.
마라도에서 탄생한 일곱 편의 연작소설은 모두 외지에서 마라도로 '온' 이들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노름빚에 쫓겨 궁여지책을 찾다가 섬살이를 하고 있는 친구에게 더부살이를 하러 「천국에서 온 친구」, 어린 시절 헤어진 어머니의 기억을 쫓아 바다를 향해 장애를 딛고 「도시에서 온 천사」, 간첩으로 몰렸다가 풀려난 뒤 광인으로 살고 있는 「숲에서 온 거인」, 기생놀음을 하러 월남했다 영영 고향을 잃어버리고 만 「북에서 온 노인」, 번개 맞은 우주선이 추락하는 바람에 우연히 마라도에 숨어든 우주인 「슈루파크에서 온 아이」, 우주의 사명을 품고 글을 쓰기 위해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유배시키러 육지에서, 아니 「지구에서 온 남자」, 폭력적인 기억들로부터 도망쳐 미래를 점칠 공간을 찾아 「사막에서 온 여자까지」. 현실에서 추방되었으나 ‘마라도’라는 상징적 공간에서 비로소 발화된 일곱 가지 목소리는 우리 사회의 모순상황을 한데 불러모은 축소판이자 거울로서 ‘마라도’를 재인식하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