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많은 책이 쏟아지지만 여러 이유로 출간이 기피되는 종류가 있는데, 바로 사진집과 문고판이다. 열화당 사진문고는 이 이중고(이중고)를 안고도 오래 사랑받을 것이 분명한 멋진 책이다. 일차분 10권에 이어 2차분 7권을 선보인다. 포진한 작가들은 이들만으로 사진사의 굵은 줄기가 완성되는 거장들. 광범위한 대표작 가운데서 가리고 가려 뽑은 사진 55~63컷과 간결하고도 핵심적인 해설,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시대상황과 연결하여 일대기 식으로 엮은 작가론이 실려 있다. 각 컷마다 붙은 사진 해설은 형식이나 방법론적이 설명에 매이지 않고 작가의 말과 글을 풍부히 인용 숨은 의미를 드러내 준다.
정범태(1928-)는 한국전쟁 이후 1950년대의 피폐해진 사회상황과 1960년대의 사일구, 오일륙 등 역사의 격동기를 거치면서, 실존적 상황 앞에 놓인 하층민의 삶을 기록해 온 리얼리즘 사진가이다. 회화적인 구도와 스트레이트에 의한 정공법으로 찍힌 그의 사진에는 당대의 리얼리티와 해학, 진한 휴머니즘이 배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