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앞에는 한 권의 책이 놓여있다. 이 책은 생긴 것부터 특이해서 그 판형이 한국인에겐 익숙지 않다. 그러나 그 신기함과 낯설음은 거부감보다는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세로 17cm x 가로 25cm로 옆으로 길쭉한데 두께는 5.5 cm 에 이른다. 책장을 넘기면 우선 아름답고도 신선한 사진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이건 보통 사진이 아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나 볼 만한 예리하고 신선한 사진들이 매 페이지마다 펼쳐져 있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우리가 사는 땅, 바다, 숲, 평원, 강, 협곡, 도시, 농촌, 자동차, 집, 사람들, 그런 것들이다. 그런데 마치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이 사진의 무엇이 책장을 빨리 넘기지 못하게 하고 한참동안 바라보게 만드는 것일까? 저자는 하늘에서 바라 본 지구의 모습에 매료되어 오랫동안 전 세계를 돌며 수많은 사진을 찍은 사진 작가이다. 그렇다. 이 사진들이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 이유는 1차적으로 그 앵글에 있는 것 같다. 피사체를 하늘에서 잡았기 때문에 일상의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들어 오는 것이다. 그런데 피사체를 잡은 그 거리가 또한 절묘하다. 너무 멀어서 개미처럼 보이는 것도 아니요, 가까와서 우리가 보아 온 모습대로 보이는 것도 아니다. 이 각도와 거리가 우리의 감각에 낯설고 신선한 충격을 주며 눈을 사로잡는다.
그렇다면 이 책은 사진집인가? 물론 1차적으로는 그렇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친다면 억울하다. 벌목된 아마존 열대 우림, 부서진 집들, , 더러운 강물에서 고물 타이어로 생계를 이어가는 아프리카 세탁부,백만개의 플라스틱 바구니, 뉴욕의 마천루, 좌초된 배, 굳어진 용암의 주름, 대추야자를 말리는 사람들...이 아름다우면서도 특별한 사진을 보고 있으면 독자는 저절로 오늘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촌의 전체적인 모습을 그리게 된다.
오염되어 가는 환경문제를 제기하는가 하면, 실업과 가난에 허덕이는 어느 도시의 가장을 비춰준다. 슬픔 뿐인가 하면 아름다움이 있고, 신비로운가 하면 무섭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촌의 자연이 지금 이 순간 어떻게 멍들고 부서져가는가를 말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삶을 영위하는 인간들의 지향은 무엇인가 묻는다. 하루에 사진 한 장씩, 그것이 모여 365일, 2004년에는 366일이 된다. 왼쪽 페이지에는 환경학자들이 쓴 원고지 2∼3장 분량의 짧은 글이 실려 있는데, 생태 정보와 함께 역사, 문화적 배경까지 언급하여 내용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을 보는 사람은 누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얼마나 아름답고 신비로운지,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다채로운 현상이 일어나고 스러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우리의 삶과 문명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도 보게 될 것이다.
소장 가치 높은 매력적인 사진집이자 문명비평서라 할만하다.
--- 허순용(sellavy@yes24.com)
* 저자 한국 방문 : 2004년 2월 중순경 지구 100개국을 돌며 지구의 초상을 기록해온 작가,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이 국내 촬영을 위해 방한한다. 이번 방한을 계기로 작가는 서울시부터 시작해 우리 국토의 구석구석을 “환경과 평화”의 메시지 아래 세밀하게 포착할 예정이다. 이 세계적 작가의 눈에 우리 한반도의 삶이 어떻게 비칠지 자못 궁금해진다.
* 한국 전시회 : 2004년 5월 1일부터 서울에서 대규모 야외 무료 전시로 한국전이 개최될 예정이다. KBS에서는 이 전시회와 얀의 활동을 다큐멘타리로 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