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독일 정치와 사회참여운동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베를린 학생 운동의 대표자로 활동도 했던 작가 페터 슈나이더의 자전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베를린에서의 삶을 형상화한 에세이적 문학 소설 『장벽을 뛰어넘는 사람』이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소개된다. 이 작품으로 그는 독일 분단 문학에 새로운 한 획을 그었으며, 독일문화사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작가 중 한명으로 자리매김한다. 이 작품을 통해 그는 냉전이라는 이데올로기로 굳어진 분단 상황이, 역사-정치의 문제를 넘어 그 체제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식 및 지각작용, 그리고 정체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저전적인 요소가 강하게 느껴지는 이 작품의 주인공은 '나'이다. 독일이 분단된지 30년,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고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나'는 냉전 체제 속에 살아가며 분단이라는 현실과 통일이라는 주제에 점점 무뎌져가는 사람들을 보며 문제를 느낀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와 직접 대면하기로 결심하고 "분단에 관한 이야기"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액자 형식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민족의 정신적 분단 상태의 원인이 다름 아닌 "머릿속의 장벽"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체제의 장벽이 어떻게 여전히 관계와 소통을 가로막고 있는지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하며, 이로 인해 분단이 지속되는 원인에 대해 깊게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