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에서 세계를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동아시아를 목적격으로 하면서 서구의 학계가 주도했던 남아프리카, 서아시아와 같은 지역연구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방법으로서 동아시아’를 탐구하려는 것이다. 그러면 방법으로서 동아시아를 연구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 책의 기획자 미야지마 히로시 교수(성대 동아시아학술원)는 이에 대해 “단순히 동아시아에 한정되지 않고 보편적 의미를 가지는 것”이고, “지금까지 서구중심의 학문체계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포함하는 것”이며, “21세기의 세계를 전망할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것”이라 의미를 부여한다.
서구와 근대가 만든 역사관을 제거하고 동아시아 역사상을 구축하자는 모토로 진행하고 있는 ‘19세기의 동아시아’의 집단연구는 이 책 『동아시아에서 세계를 보면?』에서 일대 전환기였던 19세기, 역사의 길목에 선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활동과 사유를 탐구한다. 심대윤(1806~1872), 요코이 쇼난(1809~1869), 요시다 쇼인(1830~1859), 시부사와 에이이치(1840~1931), 나카에 조민(1847~1901), 이기(1848~1909), 캉유웨이(1858~1931), 박은식(1859~1925), 신채호(1880~1936), 천후안장(1881~1931) 등 한국과 일본, 중국의 지식인을 전통적 사유라는 맥락에서 접근하며 상호 비교해 보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19세기는 나라마다 시기나 정도 면에서 차이가 있었지만, 전통적 질서에 균열이 가고 서세동점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든 때이다. 이 시기 동아시아 각국에서는 내부적 위기와 외부로부터의 도전에 대응하려는 다기한 사유들이 분출하였다. 당시 동아시아 각국의 지식인들이 바라본 ‘근대’는 무엇이었을까? 그들의 고뇌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전할까?
모두 12인의 연구자가 참여한 이 책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무라타 유지로(도쿄대 교수), 스다 쓰토무(메이지대 교수), 조경달(지바대 교수) 등 일본인 또는 재일교포 연구자가 워크숍과 학술대회에 함께 한 결실이라는 점이다. 또 기왕의 연구와는 가장 큰 차이는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생활과 사유구조를 ‘내재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기존의 연구들은 전통적 엘리트보다는 새로 등장하는 근대적 지식인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사회적 활동이나 민족운동 면에서의 역할에 주목해왔다. 전통적 지식인에 대한 일부의 관심도 그들이 얼마나 빨리 그리고 완전하게 서구적 근대를 수용했는지를 중심으로, 또 민족운동이나 식민권력과의 관계나 그에 대한 대응이라는 맥락에서 접근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근대의 논리 속으로 회수될 수 없는, 그러면서도 전통적인 것과도 다른 삶의 다양한 모습을 포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다.
“19세기의 동아시아” 시리즈의 첫 책으로 학계에 신선한 반향을 던졌던『동아시아는 몇 시인가?-동아시아사의 새로운 이해를 찾아서』(너머북스, 2015)에 이은 결과물로, 『동아시아에서 세계를 보면?-역사의 길목에 선 동아시아 지식인들』과 세 번째 책『19세기 동아시아를 읽는 눈-지속과 변화, 관계와 비교』이 동시에 출간되었다.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이 주도하고 역사, 철학, 인류학, 민속학 등을 전공한 30여 명의 국내외연구자가 참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