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성배의 시산문집 『미안하다』는 온통 미안한 마음으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아내에게 미안하고, 함께 부대끼며 생활해 온 공장 동료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미안하다』에는 공장에 나가는 일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이 땅 노동자의 신분에 대해, 당신도 모르게 당신 앞에 슬금슬금 그림자를 드리우는 불안한 공기에 대해, 희망퇴직자를 모집하고 면담을 하고 희망퇴직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들어 가는 환경 앞에 이 땅 아버지들이 받는 심적인 고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가장으로서 아이들에게 아내에게 또, 함께 몸으로 부대끼며 일한 동료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떠밀리듯 희망퇴직서에 서명한 동료에게 더 미안하다고 한다. 어제까지 나란히 식탁에 앉아 밥을 먹던 동료의 빈자리를 생각하고, 공장이 폐쇄되고 일자리를 잃고 떠나가는 현실에 대해 분노하고 괴로워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일은 더 괴롭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