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현대사가 잊을 수 없는 이름, 정경모
20세기 한국 현대사의 새로운 국면을 밝히는 1인 사관의 특별한 기록!
정경모 선생은 1924년 서울에서 태어나 일본 게이오 대학에서 의학을, 미국 메모리 대학에서 화학을 공부하던 자연과학도였다. 하지만 격변의 시대였던 20세기의 대한민국은 그를 맥아더 사령부(GHQ)직원으로서 판문점 휴전 회담에 참여하게 하였고, 일본 망명, 문필 활동을 통해 민주화 운동과 통일 운동을 지원하게 했다. 대한민국의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들을 현장에서 목격한 그는, 민주화 이후에 '자수서'작성 거부로 한국 방문이 무산되어 일본 땅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겠다고 결심했다. 이제 우리는 '살아 있는 한국 현대사' 정경모 선생의 자서전 『시대의 불침번』을 통해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되짚어볼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의학도였던 그가, 어떠한 조직이나 배경도 없이 신문자 독자 투고를 통해 일본 진보 잡지의 필자로 활동하게 되고, 김대중 납치 사건을 계기로 급격히 관심이 높아진 한국 정치 관련 전문가로 자리를 잡게된 이야기 등이 자세히 소개된다. 이러한 그의 자서전이기에 『시대의 불침번』은 단순히 한 인물의 자서전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한국 현대사 증언에 가깝다. 그의 독득한 구어체로 서술되는 우리 역사는 마치 옛이야기를 듣는 듯 감칠맛 나며, 그 어느 한 장면도 드라마틱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
역사적 체험에 관한 생생한 뒷이야기가 단순히 한 개인의 특별한 경험으로 끝나지 않는 것은, 선생의 개인사가 오랜 세월 다듬어온 역사적 안목과 관점 아래 유기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선생은 일찍이 일본과 미국의 유학생활을 거치며 시대를 움직이는 거대한 흐름에 눈을 떠왔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마음만 먹으면 대한민국에서 누구보다도 더 영화로운 삶을 살 수 있었던 정경모 선생은 오직 '자신의 지성과 양심'에 따라 역사의 뒤안길을 걷는 '야간부'의 삶을 선택했다. 그렇기에 역사의 뒤안길에 서서 은폐된 역사를 밝히고,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를 외치는 특별한 1인 사관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