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털은 왕의 신성한 권위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가장 오래된 '면도날'의 제작시기는 약 2만년 전으로 전해지는데, 당시에 털(수염)은 왕만이 기를 수 있는 것이었다. 따라서 왕 주변의 인물들은 반드시 털을 밀고 가야 했는데, 면도날 유적은 혹시 그때 사용된 면도기가 아니었을까? 시간이 흐름에 따라 털은 점차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잡게 된다. 칼 맑스·체 게바라·체 게바라의 경우처럼, 덥수룩한 털은 한때 좌파의 상징이었다. 그것이 표상하는 이미지가 저항과 투쟁 그리고 자유였기 때문이다. 이 처럼 이 책이 다루는 머리카락, 수염, 음모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체모는 시대에 따라 사회적 의미가 변화되었다. '체모의 문화사'라 부를만 하다.
저자는 최초의 외과의사는 털을 손질하는 면도사들이었음을 말하면서, 인간의 역사는 곧 털의 역사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털과 관계된 온갖 역사들이 흥미롭게 펼쳐지는 재미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