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장미의 이름』의 작가이자 이 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 중의 한 사람인 '움베르토 에코'의 신간 『궁극의 리스트』가 출간되었다. 인류 문화사에서 가장 기이하면서도 그 끝조차 알 수 없는 다양한 목록의 리스트를 제시하는 이 책을 통해 그 시대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에코는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쌓아 온 목록의 장대한 역사를 살핀다. 그 목록에는 성인들, 군인계급, 그로테스크한 피조물에 관한 설명, 약용 식물 등 실용적인 것들도 있지만, 단순히 그 자체의 거대함이 가지는 위용이 목적인 것도 있다.
이런 장대한 목록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이러한 '목록'이 인류 역사 전체에 걸쳐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고대와 중세, 그리고 근대 세계에서 인간이 품은 욕망은 각기 다른 형태로 목록 속에 교묘히 숨겨져 있다. 에코는 불확실하고 명료하지 못한 현상들과 마주쳤을 때에는 '무한한 목록'이, 스스로가 자신의 정체성을 확신하는 문화에서는 '간결한 목록'이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각각의 목록들은 미술사와 문학사 전반에 걸쳐 찾아볼 수 있다. 지독한 공부벌레인 움베르토 에코는 자신의 지적 촉수를 고대의 동물 우화집에서 부터 20세기의 앤디 워홀과 데미언 허스트에게 까지 뻗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목록은 전화번호부!"
한 인터뷰에서 에코는 "외딴섬에 가게 된다면 나는 전화번호부를 가지고 가겠다"고 말했다. 전화번호부 '목록'에 실린 이름들을 가지고 무한한 조합의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게 그 답의 이유였다. 이렇게 목록에 대단한 애착을 보이는 그가 추적한 '인류의 궁극의 리스트'는 신을 위한 찬미에 대한 나열로, 박물관이나 화랑, 미술관을 채우기위한 축적의 대상으로, 백화점 진열대에 널려 있는 상품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무궁구진하고 목록에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끝임없이 나열되는 '무한한 속성'인데, 이것은 유한한 존재인 인류가 맛볼 수 있는 '무한성'에 대한 욕망이며, 상상력을 무한대로 넓히고자 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