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동양사상의 문화적인 원형을 다양한 각도에서 재조명하고 있는 문헌『한비자』이다. 고대 중국의 전국시대를 이끈 법가사상서 가운데 한 권인 이 책은 기존의 유교 본위 관념에 따르면 전혀 중국적이라고 할 수 없는 모습을 띠고 있다. 『한비자』에 나타난 변법의 능동적 사유, 계약과 법치 관념, 이기주의 윤리관과 공리 관념, 발전적인 사회 역사관 등을 살펴보는 일은 과연 동양의 전통적 사유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한비자』는 아시아의 근대 전환기 이래로 흔히 '동양적'이라고 칭하며 규정해온 전통문화와 전혀 상이한 문화를 체험하게 된다는 것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