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이 달콤한 감각』은 냉혹한 관찰자의 시선에 포착된 낯선 세계를 펼쳐 보인다. 화재 사고로 희생당한 어린이를 묘사하는 시에서조차 시인은 한 오라기의 감정도 내보이지 않은 채 냉정하게 '불꽃의 식탐'에 대해 얘기한다. 울음과 병, 죽음, 실연의 고통을 얘기할 때도 인간적 감정은 철저히 배제하고 그것들의 물리적인 경과와 그것들의 물질적인 이미지를 정밀하게 묘사하기만 한다. 시인의 이러한 태도는 기성의 모든 것을 비판하는 도저한 부정에서 비롯된다. 시인에게 언제나 되풀이되는 '맹목적인 게임'은 불필요하고, '한 번 사용한 계절'은 '지옥의 방'일 뿐이다. '뒷걸음질치던 조상들'을 떠나보내고 '창백한 습관으로부터 해방'되어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하여 냉혹하고 끈질긴 시인의 '눈'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