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있었다. 삶의 어느 한 순간도 사랑 없이는 살고 싶지 않은 여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사랑에 기꺼이 생을 바치고 싶은 여자. 여자는 사랑에 빠졌다. 행복하기도, 때론 그렇지 않기도 했다. 사랑하는 이와 오랜 시간 함께하기도, 때론 이별을 겪기도 하며 시간은 흘러갔다. 여자는 소녀에서 여인이 되었다. 어른이 된 후에도 어김없이 사랑과 이별은 찾아왔다.
몇 번의 사랑과 이별을 겪은 후, 어느새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어진 여자는, 비로소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았다. 볕이 좋은 날 우물 속을 들여다보듯, 갑자기 내리쬐는 빛이 반사되어 눈을 찔러왔다. 여자는 찡그린 채 잠시 기다렸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우물 속에서 떠오른 것은 자신의 얼굴이었다. 살고 사랑한 그 많은 순간들 속에 언제나 함께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었던 것이다. 자신과 함께이기에 홀로 남은 순간에도 혼자가 아니었고, 사랑하던 순간 혹은 사랑을 잃었던 시간에도 외롭지 않았던 것이다.
여자는 이제 삶에서 얻은 경험과 느낌들이 온전히 자기 자신의 것임을 깨달았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것은 하나의 발견(發見)이었다. 살고 사랑한 경험들로 이루어진 이 작은 발견들이 모여 하나의 우주를 이루었다. 사랑의 끝에서 자기 자신이라는 우주를 만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