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혼이라구? 이게 무슨 시대착오적인 발상이야?” 코웃음 치는 목소리였다. 시대착오적. 알고 있기는 하지만 머릿속에서 잘 떠오르지 않는 단어였다. 하지만 정확한 표현이었다. 아무래도 저 남자가 나의 바람둥이 약혼자인 모양이다. 짧은 머리, 짙은 눈썹, 화가 난 듯한 눈빛, 꾹 다문 입술. 그도 나만큼이나 이 상황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다행히 한 가지 공통점은 있군.’이라고 생각할 때, 그 남자의 입에서 아주 새로운 단어가 튀어나왔다.
“그쪽 부모도 손들어서 보낸 생날라리야.” 생날라리. 저 남자가 지금 나보고 생날라리라고? 한 번 보지도 못한 여자를 그런 식으로 매도하겠다고? 그것도 어쩜 자신의 천생연분이 될지도 모를 여자한테. 애초부터 한 번 보지도 못한 날건달이라는 약혼자한테 무슨 특별한 기대를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건 좀 심하다. 그녀와 정혼이라는 한 배를 탄 매력적인 바람둥이는 약혼자가 아니라 타도 대상이라는 걸 상은은 확실하게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