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도덕적 장막의 지붕이 걷히고 그 아래 맨살로 드러난 일그러지고 반인륜적인 막장의 욕망의 삶. 하지만 손영숙 시인은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이란 말조차 사치스러울, 부서지고 망가진 인성의 밑바닥 삶과 각자 두꺼운 방음벽에 고독하게 스스로를 유폐시켜 “지붕 없는”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아이들―이웃의 외침을 듣지 못하거나 외면하는 콘크리트 삶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비록 그것이 우리와 무관한 삶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의 인식의 원반에 닿는 순간 이미 그것은 그대로 어떤 울림으로 우리의 가슴에 새겨지므로, 우리 사회의 한없이 낮고 그늘진 삶을 인화하는 손영숙 시인은 저들의 아픔과 눈물을 무연한 듯 애써 안으로 감춘 연민의 가슴으로 받으며 우리에게 무엇을 묻는다. 그러면서 마침내 그 연민은, “종이 떠난 종탑”에 “한 그루 어린 종이 새로 태어나고” 해가 넘어갈 때까지 “종탑 아래 앉아” 기다리며 “한 번도 울지 않은 여섯 살짜리” 내가 “잎사귀마다 아침 하늘을 열며 아득히 아득히 퍼져나가는 연둣빛 종소리로 부활”할 것임에 대한 스스로의 믿음을 확인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