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0만 년 동안 여자들은 어떤 일을 했을까?
우리가 이제껏 모피를 걸친 남자 사냥꾼들이 창을 들고 거대한 매머드와 곰을 향해 용감하게 돌진하는 선사시대를 떠올릴 때, 여기에서 여자들은 흔히 아이들을 껴안고 겁에 질린 얼굴로 숨거나 도망치는 배경일 뿐이었다. 하지만 여성주의가 등장하고 고고학계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커지면서, 이들은 다분히 성차별적이고 가부장적인 고고학의 남성 중심적인 편견에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했다.『누가 베이컨을 식탁으로 가져왔을까』는 이러한 관점에서 선사시대 여자가 인류의 발전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고고학계에서 주목했던 유물인 돌과 뼈는 주로 남성들이 사용했던 도구들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여성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끈'이 기술의 발전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언어'의 발달이 엄마와 자식간의 소통인 '어머니의 말motherese'을 바탕으로 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남성이 농업을 발명했다는 일반적인 믿음도 여성들이 식량을 구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으며 식물을 길들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음 을 보여주는 증거를 들어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누가 베이컨을 식탁으로 가져왔을까』는 단순히 역사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했다는 주장을 하거나,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해서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구석기시대에서 지금까지 인간이 살아남아 사랑하고, 사냥하고, 식량을 구하고, 언어를 배우고, 요리하고, 바느질하고, 건물을 짓고, 신화적인 이야기로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었던 긴 역사가 단순히 어느 한 성(性)의 일방적인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지금껏 가부장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역사 속의 여성들을 폄하했던 것을 바로잡고, 돌이켜보면 여성들도 결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