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정,태,세,문,단,세…" 중·고등학교 때 한 번쯤은 되뇌이며 외우곤 했던 왕의 이름들과, 년도, 사건, 특징 등 국사 교과서는 한 장 넘길 때마다 암기해야 할 것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곤 했다. 이렇게 지루하고 외울 것 많은 역사 교과서는 학생들을 역사에서 멀어지게 했고,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의 일 뿐만은 아닌 듯 하다. 『선생님이 가르쳐 준 거짓말』은 미국의 한 사회학자가 '왜 역사를 지루해 하는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자국의 역사 교과서 18종을 분석하고 역사 교육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한 책이다.
교과서는 일반적으로 객관적인 관점에서 기술한 '정사'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그 내용의 기술에 있어 특히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저자는 안타깝게도 미국의 역사 교과서가 국가가 원하는 '시민'을 '찍어내기' 위해 그릇된 서술을 채워 넣은 저자·연구자와 정부, 공인 교과서 선정을 위한 출판사의 찬동, 골치 아픈 일은 피하려는 역사 교사의 묵인이 합쳐진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책의 내용은 미국 역사 교과서에 기술된 내용으로 미국사의 진위를 가려내는 것에서 출발하여, 교과서 서술 뒤에 숨겨진 의미와 목적을 파헤쳐 교과서와 교육 문제를 다룬 비평에 까지 이른다. 저자는 헬렌 켈러가 단순히 인간승리의 아이콘으로 기술되고, 미국의 인디언이 그저 원주민 문화로서 다뤄지는 교과서로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누군가가 만들어 준 틀 안에서 수동적인 자세로 자라게 되는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저자는 역사 교과서가 단순히 역사 교육을 위한 수단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대다수 성인의 역사 학습이 정규 교육과 동시에 끝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교과서는 국가 구성원의 역사 의식은 물론 가치관과 세계관까지 결정지을 수 있는 매우 강력하면서도 위험한 도구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항상 일본의 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우리나라의 독자들에게도, 과연 우리는 우리의 진실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진실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자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