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을 파헤치고 죽음을 노래하는 시인이자 뛰어난 범죄소설 작가 얀 코스틴 바그너의 세 번째 작품이다. 눈이 먼 한 남자의 이야기가 몽환적 현실인지, 생생한 환영의 세계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이게 그려진다. 살인을 계획하는 범죄자의 심리를 꼼꼼하게 분석한 『야간 여행』, 죽음에서 기인한 인간 심리의 파괴를 심도 깊게 그려낸 『차가운 달』에 이어, 이 작품에서도 역시 심리를 꿰뚫는 예리한 시각이 여전하다.
평범한 가장이었던 ‘나’는 어느 날 갑자기 눈이 멀고 만다. 치료를 하기 위해 병원에서 들렀다가 옛 연인, 마라를 다시 만난다. 아내와 딸이 있었던 ‘나’는 망설임 없이 마라가 살고 있는 섬으로 향하고, ‘나’의 과거를 잊은 채 살아간다. 그리고 불꽃놀이가 있던 날 밤, 한 남자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처음부터 살인사건을 직감했던 경찰은 마침 죽은 남자의 지갑에서 사진 한 장을 발견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것은 다름 아닌 ‘나’의 사진이었다. 경찰뿐 아니라 ‘나’와 동거를 시작한 마라마저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