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희망의 끝에서 그들이 본 것은?
농경사회에 뿌리를 둔 아시아권 문화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지 말레이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책은 우리 나라 정서와도 잘 맞는다. 특히,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강한 여인으로서 거듭나는 이 소설은 우리나라 소설 '토지'와 구성적인 면이나 내용적으로 비슷하게 느껴진다. 책 제목인 '쌀의 여신'은 인도네시아의 신화에 등장하는 신으로, 가정의 곡물창고에서 쌀을 지켜주는 곡물의 신이자 생명의 신이다. 이 책은 생명의 신인 쌀의 여신처럼 가족의 모든 희망과 꿈을 단단히 쥐고 있는 여인 락슈미를 중심으로 4대에 걸쳐 일어나는 방대한 가족사를 그려낸 소설이다. 이 책은 출간 당시 동양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현실감 있는 생생한 묘사가 조화롭게 표현된 작품이란 찬사를 받으며 2003년 영연방 작가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주인공 락슈미는 스리라랑카 작은 섬에서 태어나 보잘것없는 오두막에서 살아간다. 14살에 엄마와 중매쟁이의 권유로 자신보다 두 배나 나이 많은 말레이시아 남자에게 시집을 가게 된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남편은 야망도 없고, 가난뱅이일 뿐이었다. 현실에 좌절하지만 그녀는 마음을 다잡고 강해지지라 다짐한다. 그 후, 6명의 아이들을 낳고 부지런이 일해 집안을 일으킨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일 뿐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딸을 잃는 일이 벌어진다. 가족들 모두가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 4대에 걸쳐온 이야기를 증손녀가 가족의 역사로 정리한다. 그 과정에서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화해를 한다.
한 가족의 비극을 다루고 있지만 이 비극은 단순히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말레이시아의 역사적 아픔을 함께 담아내고 있다. 배경과 시대를 넘어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통한 인간의 보편적인 순리를 보여주며 '삶'의 대한 화해와 긍정의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