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저명한 문학평론가 마르셀 라이히 라니츠키가 유명 작가들의 초상화를 매개로 그의 삶이나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이 초상화(초상화라고 하지만 가벼운 펜화같은 것도 많다)들은 라니츠키가 우연한 기회에 얻거나 구한 것으로 그의 서재에 걸려 있는 것이다. 그의 집에 놀러 오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 그림들을 보며 한 마디씩하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그의 문학이나 삶으로 화제가 옮겨가게 된다. 이처럼 라니츠키는 책에서도 무겁지 않고 부담없이 얘기를 해 나간다. 그러나 편안하게 쓴 짧은 글(한 꼭지당 길어야 5-6 페이지)이지만 문학평론가로서 그가 가진 내밀한 정보나 날카로운 안목이 곳곳에 노출된다. 다루고 있는 작가들은 주로 독일의 유명인들이지만 셰익스피어나 체홉처럼 다른 나라의 작가도 일부 있다.
그림 한 점 한 점이 멋이 있고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것들이라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 작가를 통해 독일문학사를 가볍게 한번 훑어볼 수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영미작품 위주로만 책을 읽은 사람은 독일 문학에서 좋은 작품을 얼마나 많이 놓치고 있었나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또 하나 꼭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의 번역자나 편집자가 이 책을 너무나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편집자가 장문의 편집 후기를 써서 책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표현하는 일은 흔치 않다. 편집자의 애정은 여러 곳에서 드러나는데, 편집후기 뿐만 아니라 뒤에 일부러 인명해설을 붙여 작가별로 간단한 해설과 함께 국내 번역본을 모두 소개하고 있는 점, '찾아보기'까지 정성스레 넣어주었다는 점, 그리고 양장을 비롯하여 편집 디자인에도 꽤나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는 점이다. 애정을 갖고 만든 이런 책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 허순용(sellavy@yes24.com)
* 이 책의 문장의 분위기를 알고 싶으시다면 '책 속으로'를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