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세라는 안타까운 나이에 요절한 이탈리아 작가 벱페 페놀리오의 대표작이다. 전쟁과 이념대립, 그리고 온갖 대의명분들의 소용돌이 속에서 갑자기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와 마주친 한 젊은 파르티잔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개인의 ‘사적인’ 문제가 그 어떤 거시적 전망보다 인간의 조건에 결정적일 수 있으며 고귀한 실존적 중요성을 획득한다는 사실을, 개인적 이기주의에 전혀 매몰시키지 않으면서도 간결하고 강렬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이탈리아는 1943년 9월 8일, 일찌감치 연합군에게 항복하지만 연합군의 감금으로부터 탈출한 무솔리니가 이탈리아 북부에 괴뢰정부를 세우고 이에 대항한 이탈리아 청년들은 반파쇼 의용군(파르티잔)을 조직하여 맞선다. 이념대립, 그리고 온갖 대의명분들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제의 친구였던 서로를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는 그 참혹한 현장 속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공의 내적 긴장과, 주인공을 둘러싼 세계와 일련의 사건들이 보여주는 외적 긴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절묘한 플래시백 기법과 감각적이고 주옥같은 사랑의 언어들이 가득한 이 작품은 생동감 넘치고 개성있는 인물묘사와 빠른 행동 전개, 밀도 높은 구성, 언어적 감수성으로 탁월한 문학성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