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스위스?오스트리아와 같은 지정학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위스?오스트리아처럼 중립국가가 되는 가운데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모색하자는 논의가 거의 없다. 스위스와 같이 모범적인 연방제 아래에서 영세중립을 통해 통일을 이룬 ‘중립화 통일’의 선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중립화 통일이라는 평화통일의 지름길이 있는데도 기존의 국가연합?연방제 논의에 매몰된 통일론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까지 남북한에서 제기된 통일방안은 국가연합과 연방제에 중점이 있었다. 남한은 주로 국가연합에 의한 통일을, 북한은 연방제 통일을 주창했다. 6?15 선언의 제2항은 국가연합과 연방제의 ‘합성’ 가능성에 관한 논의만 불러일으켰을 뿐, ‘합성’의 구체적인 방법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논의만 무성한 이유는, 국가연합 또는 연방제라는 국가체제의 통합에만 주목하기 때문이다. 국가체제 중심의 논의에 초점을 맞추면, 국가연합이냐 연방제이냐의 양자택일 문제로 집중되면서 계속 겉돌게 된다.
그러나 논의의 각도를 좀 달리하여, ‘중립’의 요소를 집어넣으면 겉도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모범적인 연방제 아래에서 영세중립 국가로 나아가면서 민족분열을 극복한 스위스의 ‘중립 통일’을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