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두 가지 편견과 오해에 대한 도전이다. 첫째는 아시아적 가치의 실체가 존재한다는 편견, 둘째는 한국과 중국은 같은 유교권으로 분류되고, 따라서 양국의 시민문화나 행정문화는 같을 것이라는 오해가 그것이다. 이슬람과 기독교가 같은 뿌리이나 다른 종교이듯, 한국과 중국은 같은 유교문화에 뿌리를 두고있으나 두 모습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제도와 문화의 상호작용성에 기인한다.
이 책은 유교의 어떤 부분이 삶을 지배하고 있는가를 묻고 있다. 우선 분석단위를 ①인간과 인간관계, ②인간과 사회관계, ③자연과 인간관계, ④정부와 시민의 관계, ⑤경제와 정부의 관계 등 다섯 가지로 구분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유교적 전통의 개념으로 각각 인의, 화와 예, 천명, 덕, 대동을 제시한다. 인의는 현대적 개념으로 이타성, 화와 예는 불문율, 천명은 정당성 또는 순리, 덕은 포용력 또는 영향력, 그리고 대동은 더불어 사는 사회의 개념에 해당하는 것으로 풀어내고 있다. 유교의 이러한 현대적 해석을 통해, 중국과 한국의 공무원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여 그 결과를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중국과 한국 공무원들의 유교적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는 것보다 현대적?합리적?민주적?자본주의적 가치로 볼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많았다. 그것도 인간과 사회관계에 대한 가치에서 중국과 한국이 공통적으로 유교적 가치관이라고 볼 만한 것들이 있으며, 그 밖에 인간과 자연질서의 관계, 국민과 정부의 관계, 그리고 경제와 정치의 관계 등에서는 유교에서 추리할 만한 가치로서 한국과 중국이 공유하는 것이 거의 없음을 보여준다.
흔히들 아시아적 가치로 가족주의, 권위주의, 보수주의, 유교민주주의 및 유교자본주의 등을 지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나 중국의 행정 공무원 문화에는 서구적 가치라고 여겨지는 개인주의, 법치, 자유주의(시장, 경쟁), 청교도적 윤리 등을 모두 포함하며, 중국의 경우 개혁개방 이후 오히려 개인주의, 자본주의적 가치에 더 익숙해져 있음을 이 책은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아시아적 가치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책이다. 나라간, 세대간, 영역간에도 하위문화의 다양성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가치관 비교조사는 유교문화권의 공통적 가치란, 현실에서는 너무나 협소하여 유교 ‘문화권’이라는 이름으로 동아시아의 변화를 설명하려는 시도가 적실하지 않을 뿐 아니라 위험천만하다는 함의를 끌어낸다.
결론적으로, 아시아적 가치는 대안이 될 수 없으며, 설명틀로도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문화는 한 사회를 구성하고 작동하게 하는 원리 가운데 하나가 될 수는 있으나, 각 정치체제의 지향과 사회제도의 제약조건에 따라 다른 힘으로 작용하며, 구체적인 내용은 사회 현실의 변화와 역동성에 따라 새롭게 구성된 결과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