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류진운은 현 중국 문단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하나로 꼽힌다. 자본주의 시장 개방의 물결로 혼란을 겪기 시작한 1990년대 중국. 이 시기 중국 문단에는 혁명정신이나 계급의식을 넘어서서 소시민의 일상을 다룬 신사회주의 계열의 작품들이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작가 류진운은 격변기 중국의 현 모습을 그대로 담은 작품을 발표하면서 신사회주의 계열의 정점에 서왔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은 각각 개인과, 조직, 역사를 주제로 한 그의 대표작 3편으로, 날카로운 필치와 특유의 블랙 유머로 엎치락뒤치락 전개되는 폼이 꼭 허삼관매혈기'식의 포복절도 유쾌담이다.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제대로 된 줄타기 한 번 못하고, 우왕좌왕 어쩔 줄 몰라하는 소시민의 복작복작하고 고단한 일상. 하지만 왠지 허탈할 것만 같은 결말 어디 즈음에서, 마음 한켠으로 밀려드는 애틋함. 그것을 누군가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이라고 표현했던가. 작가 황석영은 추천글에 "대단한 작가다! 문학이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고 그를 평했다.
"『닭털 같은 나날』은 그의 작품 가운데서 가장 예술가적인 대가의 풍모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내가 이 소설집에서 가장 좋게 읽은 중편소설이다. 원제목인 '一地鷄毛'는 번역자의 말에 따르면, 중국인들도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닭을 잡은 뒤에 닭의 피와 털이 난무한 곳을 가리키는 말로 비참한 현실을 나타내는 것이라고도 하며, 혼란스럽고 골치 아픈 상황을 묘사한 말이라고 하는데, 허섭쓰레기 같은 일상이라는 말로도 해석될 수 있겠다. 혁명 이후 사회주의의 이상이었던 공동체 건설의 꿈은 자본주의적 시장개방으로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이제부터는 개개인이 알아서 먹고 살아야만 하게 되었다. 대학을 나온 맞벌이 부부인 임씨네는 보잘것 없는 일상 때문에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한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은 그러므로 '임의 집에 두부 한 근이 상했다!'로 시작된다. 철없는 가정부 아이 때문에 속을 썩고, 물 값을 절약하려고 수도꼭지를 가늘게 틀어 물 값을 훔치려다 검침원에게 망신을 당하고, 아내가 다니는 직장이 집에서 멀어 직장을 옮기려고 뇌물을 쓰려다 좌절하며, 북경으로 올라와 직장을 잡은 주인공의 집에 끊임없이 시골에서 찾아와 신세를 지는 고향 사람들 때문에 겪는 아내와의 갈등이며, (...) 이렇게 단원마다 '고단한 일상'이 연결되면서 사건은 연쇄반응처럼 맞물려진다. (...) 이 작품은 하찮은 일상사를 다루고 있으나, 앞서 지적한대로 에피소드들이 빈틈없이 인관관계를 가지고 추리소설처럼 조마조마하게 진행된다. 이는 마치 고골리의 단편 에 나오는 아까예비치가 생활에서 겪는 마음 고생의 과정이, 감출 수 없는 갖가지 이기적 치부와 함께, 행위와 내면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것을 연상하게 만든다." ('작가 황석영이 붙이는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