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 연재되며 수많은 네티즌들로부터 갈채를 받았던 「수양대군」을 모은 책이다. 수양대군은 과연 조선왕실을 지키기 위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죽였던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권력욕을 그렇게 포장했던 것일까. 조카 단종을 협박해 왕좌를 넘겨받고 청령포로 유배했다가 살해하는 순간, 사직에 대한 충심으로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그의 말은 역사와 세상을 속이기 위한 껍데기로 전락한다. 아버지 세종이 조카를 잘 돌보라면서 마련해준 명례궁(현 덕수궁에 위치)에서 한명회를 비롯한 모사꾼들과 권력을 탈취하기 위해 모의하게 되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어쩌면 수양대군이 처음부터 조카의 왕위를 빼앗으려 했던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종서와 안평대군을 죽이고 권력을 손아귀에 틀어넣는 순간 그는 권력이 지니고 있는 마수에 걸려들고 만다. 맨 꼭대기에 올라야만 비로소 해갈되는 권력의 갈증이 수양대군이 지나간 발자국을 피로 얼룩지게 했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어쩌면 수양대군이 역사의 승자가 아니라 연출자에 의해 움직이는 배우에 불과했을 수도 있음을 드러낸다. 한명회, 권람과 같은 권력을 추종하는 무리들에 의해 수양대군은 피에 젖은 왕좌로 한 걸음씩 나아갔고, 자신이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도 망각한 채 잔혹한 권력의 부나비로 역사에 남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