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첫 시집 『사춘기』로 전통적인 의미의 서정시와 뚜렷이 구분되는 자신만의 시 세계를 구축하고, 2007년 두 번째 시집 『이별의 능력』을 통해 그녀만의 독특한 블랙 유머와 위트의 세계를 그려냈던 김행숙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그녀의 이전 시들이 “‘세계’를 느낌의 조각들로 분해하고 ‘나’를 해체”하는 ‘미시적인 세계’를 그렸다면, 이 시집은 그 느낌의 세계 안에서 ‘나’와 ‘타인’이 만나는 찰나, 그 사이, 즉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감각을 그려 낸다.
그녀의 시는 낯설고 모호하지만, 우리가 일단 그 느낌의 영역, 그 느낌의 세계에 발을 담그면 더할 수 없이 은밀하고 끈끈한 연대와 공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그녀의 시를 읽으며, 놀랍도록 천진하고 엉뚱하고 섬세하고 발랄한 어떤 열렬한 ‘느낌’의 세계를 조우하게 된다. 그녀만의 독특함으로 인해 받은 충격은 우리가 몸담고 있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또 다른 힘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