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작가세계』로 문단에 데뷔한 정선 시인이 4년만에 펴낸 첫 시집. 그녀 속에 웅크리고 있던 오랜 기억과 감각과 충동들이 매우 선명한 물질적 구체성을 가진 채 펼쳐지고 있는 일종의 성장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오랜 기억 속에 깃들여 있던 ‘상처’들이 자신의 존재론적 근거를 이루고 있음을 토로하면서, 그 상처들이 은은하게 치유되거나 새록새록 번져가는 이중의 과정을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정선 시인의 첫 시집을 통해, 다시 한 번 물질성과 구체성의 결속이 얼마나 ‘시’를 단단하고 선명한 발화로 만들어내는지를 실감 있게 목도하게 된다. 이 글은 이러한 정선 특유의 발화 과정과 그 결실을 살피면서, 그녀 시편들의 발생론을 이루는 상처들이 아름답게 치유되거나 처연하게 번져가는 과정에 대한 짧은 관견(管見)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