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라는 파도를 만든 바람은 무엇인가?
돈과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본 피렌체 르네상스!
암흑의 시대로 불리는 중세 천 년은 기독교 교리로 공동체가 다스려졌다. 하지만 농업에서 상업으로, 대토지를 소유한 영주 계층에서 상인들로 경제활동의 중심 영역과 주체가 변모하는 새로운 시대로 바뀌자, 기독교 교리는 이 시대를 운영할 수 있는 효율적인 이념이 될 수 없었다. 새로운 시대를 맞아 세속세계의 권력을 장악한 상인들은 공동체를 다스릴 원리를 고대 로마의 정치제도에서 찾았다.
르네상스 시대란, 기독교 교리에서 벗어나 고대 로마 정치제도에서 시민사회를 위한 사상과 체제를 찾고 만들어가는 지적 패러다임의 변화로 봐야한다. 일반적으로 르네상스 시대를 ‘문예부흥의 시대’라고 부르는 것은 이 거대한 변화를 일부분으로 축소시켜 표현한 것일 뿐이다. 예술가와 시인만이 살았던 낭만적인 시대가 존재했던 적이 있었겠는가? 인간의 역사는 돈(경제)과 권력(정치)을 떼고 얘기할 수 없다. 정치와 경제의 관점에서 르네상스 시대를 새롭게 조명해 보면 시대의 본질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그 시대와 문명을 이끌어간 주체들의 욕망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시대와 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욕망은 돈(경제)과 권력(정치)를 떼고선 얘기할 수 없다. 즉 돈과 권력에 대한 욕망이 새로운 시대를 낳게 하고 그 시대를 규정하며, 그 시대를 다시 낡은 것으로 만든다. 돈과 권력, 경제와 정치가 문명의 골격이자 틀이다. 그리고 그 골격을 감싸고 있는 살이 그 경제와 정치에 대한 욕망인 것이다. 또한 그 골격과 살이라는 몸체를 장식하고 있는 의상이 문화고 예술일 것이다.
“이 책에서 필자는 10세기 후반 인구가 채 1만여 명이 넘지 않는, 보잘 것 없는 촌락에 지나지 않았던 피렌체가 어떻게 새로운 르네상스 문명의 발원지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전작 『피렌체의 빛나는 순간』이 메디치 가문을 중심으로 한 피렌체 신흥상인들을 통해 르네상스 예술이 꽃 피우는 과정과 그 이면에 깃든 시대정신에 대해 다뤘다면, 이번 책은 르네상스라는 새로운 시대 속에서 신이 아니라 인간이 중심이 되는 문명이 어떤 골격을 기반으로 형성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국내외를 막론하고 르네상스 시대 문명을 다룬 저서들이 제법 나왔지만, 주로 예술작품 감상이나 추상적인 가치에 너무 치우쳐, 르네상스 문명의 겉모습만 보고 있는 듯하다. 감히 경제학자가 이러한 오류를 바로 잡는다기보다는, 지금까지 간과하고 지나쳤던 문명의 거푸집인 경제와 정치라는 관점에서 르네상스 문명의 골격을 좀더 선명하게 드러내보이겠다는 의도에서 이 책을 썼다. 경제와 정치는 결국 돈과 권력인데, 인류의 역사 중 어느 시대가 인간의 욕망의 근원인 돈과 권력을 무중력인 상태로 놔둔 적이 있단 말인가?”(5~6쪽)
이 책은 르네상스 문명의 중심지였고 그 문명의 광채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기에 르네상스의 살아있는 교과서라 할 피렌체의 대표적인 르네상스 건축물과 예술품을 7일간의 일정으로 연대순으로 찾아가면서, 중세 말기부터 르네상스의 황혼기까지 그 역사의 주역이라 할 성직자, 토착귀족, 신흥상인, 시민, 인문학자, 공화주의자 등 이들의 이상과 돈과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피어난 피렌체 르네상스의 진실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