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나치의 패망 이후 나치 전범들의 심리를 연구하기 위해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 파견된 정신과의사와 심리학자. 이들이 수개월 동안 전범들을 관찰하고 검사하면서 본 악(惡)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쟁 범죄를 저지른 나치 전범들은 악마 같은 사이코패스였을까? 제2차 세계대전이 막이 내리고 연합국 측은 나치 전범들의 심리를 연구하기 위해 포로수용소와 전범재판이 열렸던 뉘른베르크로 정신과의사와 심리학자를 파견한다. 정신과의사 더글러스 켈리와 심리학자 구스타브 길버트는 당시 최신 심리검사 기법으로 알려진 로르샤흐 잉크반점 검사를 비롯하여 숫자폭 검사, 기억력 검사, IQ 검사 등 다양한 검사와 함께 지속적인 관찰을 통해 전범들의 심리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책은 이들이 남긴 자료를 토대로 나치의 주요 전범 넷을 집중 조망한다. 독일노동전선의 수장 로베르트 레이, 제국원수 헤르만 괴링, 극렬한 인종혐오주의자 율리우스 스트라이허, 부총통 루돌프 헤스. 이들은 상부의 명령에 따랐던 하급간부들이 아니라 큰 그림을 그리고 조직적으로 홀로코스트를 실행했던 나치 지도자들이었다. 나치 간부들의 관찰 기록과 검사 및 진단 자료, 법정에서의 행동을 비교적 상세히 서술하고 있는 지은이는 이렇게 질문한다. 나치 지도자들은 본디 우리와는 다른 사악한 사이코패스인가, 아니면 환경이 만들어낸 산물일 뿐인가? 책은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이나 지그문트 바우만이 주목한 관료제와 같은 사회적인 시스템보다는 전범들의 심리에 특히 초점을 맞추면서 이들의 심리에 대해 친절하게 개괄한다. 전범들을 검사했던 두 학자의 상이한 시각과 악의 원인을 해석하는 데 심리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