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뮨주의에 대한 이진경의 철학적, 역사이론적, 사회학적, 생명정치학적, 윤리학적 사유를 망라한 책. 인간만이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존재가, 항상-이미 공동체를 이루는 중-생(衆-生)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철학적 논의에서 출발하여, 사회구성체와 코뮨주의를 연결하며 기존 정치경제학과 생태학을 비판적으로 넘나드는 역사적 사회적 차원의 논의, 코뮨주의가 생명 개념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에서 촉발된 ‘생명의 정치학’ 차원의 논의를 담고, 현실의 코뮨을 꾸리는 데 필요한 실천적 내용까지 포괄한 코뮨주의의 윤리를 말하며 끝맺고 있다. 코뮨주의에 대한 철학적이고도 현실적인 이론서다.
이 책은 현실사회주의 붕괴 이후에도 “좀더 나은 삶”을 향한 꿈을 버릴 수 없었던 저자의 20년 삶의 중간결산이다. 이진경은 이른바 “역사의 종언” 이후에도 여전히, 자기 터전에서 추방되는 사람들, 자기 일터에서 쫓겨나는 사람들, ‘발전’을 위해 밀어버리고 메워버리는 산과 갯벌과 그 속의 무수한 생명들이 존재하는 한, 그의 말대로 “상이한 사람들이 함께 사는 상생적 삶에 대한 욕망 내지 희망이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되돌아올 공동체 혹은 코뮨주의에 대한 사유를 멈추지 않았다. 묵묵히 자기 삶을 통해 이론과 실천을 함께 해나갔던 시간이었다.
이진경은 “자기들만의 천국”으로서의 코뮨주의를 단 한 번도 생각한 적도, 말한 적도 없다. 그의 코뮨주의는 인류가 생긴 이래 사라지지 않았고, 사라질 수도 없는 “좀더 나은 삶”에 대한 욕망이며, 이런 코뮨적 관계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무엇과 싸워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수없이 되풀이될 실패 속에서도 외치는 “다시 한 번”에 대해 여러 번 말한다. 다시 다음에는 더 잘 실패하자고, 5년 만의 10년 만의 실패는, 거꾸로 5년간의 10년간의 성공이라고 그는 말한다. “우리는 코뮨적 존재이기에 코뮨을, 새로운 코뮨을 만들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의 실패만큼 진정성을 갖고 있다. 단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아서 실패하지 않은 것보다, 지금, “현실적인 이행운동”으로서의 코뮨을, 여기저기서 시작하고 실패해 가자고, 그는,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