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세계를 알아가는 일은 우리의 삶을 풍족하고 조금은 더 명확하게 해준다. 그러나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이 많다. 사후세계 역시 이 가운데 하나다. 인류 역사를 통해 사후세계는 끊임없이 논의되어왔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영혼에만 관심을 기울였을 뿐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확실히 볼 수 있는 육체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해왔다. 현세에서의 삶을 마감한 시신이 이후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화제에 올리는 것조차 꺼려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상 주변에서 만나고 있으면서도, 죽음 이후 우리 육신의 행로에 대해서는 미지의 세계일 수밖에 없다.
스티프는 자세히 말하자면 딱딱한 상태, 즉 사후경직이 일어났다는 의미에서 시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저자 메리 로취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터부시해왔던 사후 경직된 딱딱한 시체에 대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여기에 역사적, 과학적 사실을 덧붙여 흥미롭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해부실습실뿐만 아니라 중세 및 19세기 유럽에서 인간을 재료로 한 의약품, 테네시 대학교의 인체부패 연구소(일명 시체농장), 어느 성형수술 실습실, 인간 퇴비라는 미래의 무릉도원을 논의한 어느 스칸디나비아 장의사 협의회에 이르기까지 우리 일반인들은 전혀 알 수 없었던 세계로의 안내. 수세기에 걸친 시체들의 선행을, 지금의 우리가 떠난 자리에 홀로 남은 우리 육체가 시작하는 새로운 삶을 생생한 목소리로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