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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 첼란 / 유대화된 독일인들 사이에서
글쓴이
장 볼락 저/윤정민 역
출판사
에디투스
출판일
2017년 8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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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분야인문
1945년 이후 독일 문단은 물론이고 전후 시 문학에서 가장 주목받고 지금까지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시인 파울 첼란(1920-1970). 루마니아 태생 유대인으로 나치에 의해 부모가 죽임을 당하고 그 자신 또한 강제노동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자’였지만, 모어(母語)인 동시에 살인자의 언어인 독일어로 시를 썼던 모순된 운명을 받아들였던 시인. 하지만 전후 유럽 사회에도 정착할 수 없었던 ‘영원한 이방인’. 그의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었던 센느 강에 몸을 던진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의 시와 삶은 지울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더불어 여기에 우리 속에 해소되지 않은 채 맴돌기만 하던 한 가지 물음이 있다. 그렇다면 적지 않은 아우슈비츠 이후의 문학 가운데서 유독 그의 시 문학이 끊이지 않고 회자되고 연구되는 까닭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그것이다. 그의 비극적 삶과 죽음 때문에?(어찌 그만 그러했으랴.) 그의 시가 지닌 감출 수 없는 매혹 때문에? 그렇다면 어떤? 매혹이라 했으나, 그런데 그가 살았던 동시대에 그가 쓴 시들이 위대함에 대한 찬사와 함께, 어쩌면 찬사보다도 더한 몰이해에 부딪혀야 했다면 문제는 간단치 않게 된다. 더구나, 프리모 레비의 말마따나, 그의 시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독자는 물론 비평가에게도 ‘절망적인 시도’라는 상황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지 않은가.(하물며 시 선집 외에 제대로 된 비평서 하나 없는 한국적 현실에선 말할 것도 없다.)

오늘에 와서 그의 시의 난해함을 불러온 미학적 절대주의와 사회참여 사이에는 어떤 모순도 없다고 인정되고 있으나 전후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그것은 “아우슈비츠 이후에 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다”라는 아도르노의 명제에 대한 오독을 한편으로, 전후 독일 문단을 지배하는 ‘리얼리즘’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파리에 거주하며, 독일어로 시를 쓰는, 동유럽 출신의 망명자 유대인 시인이 쓴 ‘초현실주의’에 물든 시가 아우슈비츠의 ‘진실’을 감당할 수 있다고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이리라. 이는 또한 홀로코스트의 재현을 둘러싼 오늘에까지 이어지는 논란과도 맞닿아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파울 첼란 시 문학 연구의 최고 권위라고 인정받는 장 볼락의 강연 텍스트 『파울 첼란 / 유대화된 독일인들 사이에서』가 한국어로 번역된 것은 그간 이 시인에게 매력을 느끼고 관심을 가져온 독자들에게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텍스트는 곧장 첼란 시의 ‘이해하기 어려움’이라는 통설을 문제 삼는다. 저자에 따르면, 시 문학이 갖는 비의(秘義)성은 이해될 수 있으며, 또한 이해해야만 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복합적인 언어적 연관 속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언어라는 매체에서 역사적 사실들의 복원이 이루어진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전제에서 책은 첼란의 삶과 시 문학을 이해하는 하나의 총체적 사유-세계를 펼쳐 보인다. 함축적이고 신중하게 선택된 저자의 해석의 언어들을 따라잡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겉보기에는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전기적 사실―개인적인 삶과 정신의 궤적, 이를테면 그것에서 비롯된 ‘특수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읽어낼 수 있다면 어렵기만 한 숙제는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의 말미에 덧붙여진 길게 작성된 ‘파울 첼란 연보’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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