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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기와 역사
글쓴이
조르조 아감벤 저
출판사
새물결
출판일
2010년 1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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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조르조 아감벤

프랑스를 시작으로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미학적 시각을 지닌 비평가. 1942년 로마에서 태어나 파리의 국제철학원과 베로나 대학을 거쳐 현재는 베네치아 건축대학 교수이다. 아감벤의 문체가 대단히 신학적이고 철학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히 그가 분석하는 역사 인식이나 세계관이 너무나 참신하기 때문에 지금 세계에서 가장 뜨겁게 논쟁되고 있는 철학자 중의 한 명이다.

스스로 다루고 있는 소재의 내용에서 자신의 내적인 주관성에 관한 표현을 발견하지 못한 채, 그 내용의 부정을 무한히 반복하다가 결국 자기 자신의 내용에 대한 부정에 이르게 된다는, ‘내용 없는 인간’으로서의 현대 예술가의 운명을 고찰한 미학서인 『내용 없는 인간』( 1970년)을 발표하면서 비평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한 아감벤은, 『스탄체 ; 서양문화의 언어와 이미지』(1977년)와 『유년기와 역사』(1978년), 『사고의 종언』(1982년), 『언어활동과 죽음』(1982년), 그리고 『산문의 이념』(1985년) 등의 저작들을 통하여 그의 미학적 스탠스에서의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1990년에 발표된 정치철학적 선언서인 『도래하는 공동체』에서 제시되고 있는 국가와 민족, 그리고 계급 등을 향한 귀속을 거부하는 ‘주체 없는 주체’에 관한 모델과 매우 닮아 있다.

그밖에도 그의 미학을 둘러싼 이론적 또는 역사적 관심은 발터 벤야민의 이탈리아어판 저작집의 편집 참여와, 1993년 질 들뢰즈와의 공저인 『바틀비 ; 창조의 정식』(1993년)을 통하여 지속되어 왔다. 이후에 아감벤은 구소련 및 동유럽의 사회주의체제의 붕괴를 계기로, 언어활동을 테마로 유럽의 인간적인 조건에 관한 미학적인 고찰에서 정치에 관한 철학적인 고찰로 글쓰기의 이행을 시도한다. 실제로 ‘정체성 없는 단독성’만을 기초로 하는 공동성, 그리고 어느 한 속성으로 인하여 귀속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일체의 속성에 대한 무관심을 통하여 각자가 현재의 존재방식인 단독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토대로 공동체 구상을 제시한 『도래하는 공동체』(La comunia che viene, 1990년)를 시작으로, 『목적 없는 수단 ; 정치에 관한 노트』(1995년)에서 제시되고 있는 정치에 관한 현재적 테마들 - 생, 예외상태, 강제수용소, 인민, 인권, 난민, 은어, 스펙터클, 몸짓 등 - 을 통해 아감벤은 정치의 존재론적 지위 회복을 주장하고 있으며, 그 지표가 될 수 있는 개념들을 재고하고 있다. 그 가운데 무엇보다도 주목할 저작으로는 『호모 사케르 ; 주권 권력과 벌거벗은 생』(1995년), 『예외상태』(2003년), 『아우슈비츠의 남겨진 것』(1998년)의 3부작을 들 수 있다.

책 소개

분야인문
진리는 있어도 그것을 나눌 가능성이 없다

국내 독자들에게『호모 사케르』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는 이탈리아의 미학자이자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의 1978년 출세작이다. 당시에 프랑크푸르트학파-아도르노의 연장선에 있던 발터 벤야민을 20세기 지성사의 새로운 성좌 속에 배치하면서 "21세기 벤야민 르네상스"라는 수식어를 불러온 문제작이기도 하다. 아감벤은 책에서 유아기와 역사라는 두 가지 개념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유아기는 ‘언어와 역사’를 갖지 못하는 시기이므로 20세기의 혁명과 역사의 근본적 사유가 가능한 출발점이라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언어와 유아기 그리고 일상생활에 대한 아감벤의 지적탐구는 현대사유의 핵심적 주제를 어떻게 조명하고 있는가.

20세기 초부터 시작된 언어학 혁명은 구조주의로 이어졌고 이 구조주의는 ‘역사’를 인식의 패러다임에서 배재해왔다. 한마디로 역사와 언어를 분리시켰다. 동시에 언어학주의는 ‘인간의 존재 자체가 신비’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말할 수 없는 어떤 것에 대해서는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인간에게는 언어가 가장 절대적이며 신비한 도구이자 테두리처럼 인식되었다. 아감벤은 이렇게 20세기 유럽의 지성계를 양분해온 구조주의와 논리실증주의의 두 가지 흐름을 다른 방식으로 전복시켰다. 아감벤이 보기에는 인간의 존재가 신비로운 것이 아니라 신비로운 것은 언어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는 말을 하지 못하는 유아들도 잠재적으로는 언어를 가질 수 있다. 결국 인간은 언어를 통해 주체로 구성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유아기와 언어는 하나의 원환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지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본디 인간적인 것이란 순수한 언어로부터 담화로 이어지는 이행의 과정인데, 이 짧은 순간이 역사라고 저자는 말한다. 때문에 인간은 언어를 통해 짐승과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단절되고 소외당하는 것이라 말한다. 그리하여 “진리는 존재해하지만 그것을 전달할(나눌)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전달(나눔)을 위한 수단은 존재하지만 이러한 전달(나눔)은 아무것도 전달하지(나누지) 않고 가르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언어, 역사, 정치의 모든 순환구조를 그의 지적 논리에 입각해 풀어낸 책으로, 늦게나마 번역되긴 했지만 아직 그의 이론이 참신하게 느껴지는 독자들에게 활력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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