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건축가 아스테리오스 폴립에게 갑작스럽게 닥쳐 온 인생의 위기, 그리고 이를 계기로 진정한 자아를 되찾는 여정을 그려 낸 『아스테리오스 폴립 (Asterios Polyp)』는 출간되자마자 여러 상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그래픽노블이다. 평생을 만화에 바쳐 온 이 노련한 거장은 만화 고유의 형식을 다양하게 실험하여 글로는 드러내기 힘든 행간의 의미를 시각화하는 등, 만화의 가능성을 더 멀리 밀고 나아가며, 만화 장르 고유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독창적인 작품을 탄생시켰다.
주인공 아스테리오스 폴립은 지적이고 논리적이지만, 이것이 지나쳐 거만하고 독선적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벼락이 떨어지는 바람에 그의 집은 잿더미로 변한다. 공교롭게도 그 날은 그의 오십 번째 생일. 모든 재산을 잃은 그는 수중에 남은 돈을 털어 먼 곳으로 떠난다. 〈어포지〉라는 시골 마을에 머무르며 그는 처음으로 지난 오십 년 인생을 반추한다. 자신에게 진정으로 중요했던 것들, 특히 전 부인 하나Hana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제야 자신의 독선적인 행동을 직시하게 된다. 결국 그는 그리움 끝에 눈보라를 뚫고 하나의 집을 찾아가는데…….
『아스테리오스 폴립』은 표면적으로는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로 다가오지만, 그 기저에는 인생의 진정한 의미, 자아의 문제, 예술과 건축 미학 등 여러 묵직한 주제들이 복합적으로 녹아 있어,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