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네이셔스 J. 라일리, 그의 기상천외한 대자본주의 생존법
작가 사후 11년 만에 출간됐지만 퓰리처상을 거머쥐며 전설이 된 작품
참 사연이 많은 작품이다. 군복무 중에 이 작품을 쓴 작가는 작품에 대한 확신이 있었지만, 가는 출판사마다 퇴짜를 맞는다. 출간의 꿈이 계속 좌절되자 급속히 건강을 잃고 차츰 심각한 우울증과 편집증에 빠져들고, 어머니와의 끊임없는 불화가 더해져, 그는 끝내 서른둘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아들이 죽고 나자 이번엔 어머니가 아들의 원고를 가지고 출판사의 문을 두드리자 역시 가는 곳마다 퇴짜. 하지만 미국 남부문학의 대가 워커 퍼시의 중재로 작가 사후 11년 만에 작품이 출간되고, 이듬해 퓰리처상을 수상하면서 이 작품은 출판계의 전설이 된다.
주인공 이그네이셔스는 뚱뚱한 거구에, 게으르고, 거만하고, 호통 치기 일쑤이며, "신학과 기하학"이 부재하는 현대문명에 대해 조롱과 분노를 쏟아내길 서슴지 않으며, 석사 학위까지 받고서도 하는 일이라곤 방안에 틀어박혀 "우리의 세기를 비판하는 장문의 고발장을" 쓰면서 어머니에게 얹혀사는 서른 살 청년이다. 지금껏 만년 백수로 살아온 그에게 드디어 돈을 벌러 나가야만 하는 위기가 닥친다. 작품은 그 자신이 "변태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바로 그 자본주의 체제와 난생 처음 정면 대결함으로써 겪는 불운의 궤적을 좇는다. 일하는 곳마다 그만의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사회변혁을 획책하고, 그만의 지성과 망상이 빚어내는 기이한 세계 속으로 뉴올리언스의 온갖 인간군상을 빨아들이는데……. 그는 사회부적응자요 어릿광대에서 영웅이요 구원자가 된 걸까?
소설을 관통하는 배경인 60년대 미국 사회는 매카시즘의 여파가 여전히 힘을 행사하고, 인종 및 성 차별 철폐와 사회적 소수자의 권익을 부르짖는 운동이 끓이질 않으며, 일자리를 얻지 못해 거리에 부랑자가 넘쳐났다. 그 속에서 사회에 "지독하리만치 비참여적"이었던 주인공 이그네이셔스가 흑인 공장노동자들과 동성애자들의 권익을 위해 벌이는 사회운동은 작금의 복잡다단한 현실을 그대로 시사하고 풍자한다. 뉴올리언스의 독특한 정취를 무대로, 저속한 익살극에서 고급 코미디까지 아우르는 걸작 코미디를 통해 오늘날의 사회 현실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