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천국이 아니라고?"
미국을 천국이라 믿었던 한국인 소녀 영주의 가슴 시린 성장통
『천국에서 한 걸음』은 미국을 천국이라 믿었던, 천진난만한 영주의 시선을 통해 이민 1.5세대의 아픔을 담담하게 그려나간다. 네 살 때 한국을 떠나온 영주는 한국어를 말하고 알아들을 수는 있지만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른다. 가장 친한 친구도 미국인이다. 하지만 부모님은 집 안에선 한국어로만 말해야 한다거나, 미국 애들이랑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강요한다. 자신이 한국인임을 늘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영주는 반발한다. 그럴 거면 한국에 계속 살지, 미국엔 왜 왔느냐고.
이민을 결심한 부모님을 따라 미국행 비행기를 탄 영주는 하늘로 날아오르면서, 지금 천국으로 가는 중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한국에 두고 온 할머니를 천국에서 다시 보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희망에 부풀어 있던 영주에게 미국에서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다. 영어가 서툰 아빠와 엄마는 닥치는 대로 허드렛일을 하며 돈을 벌지만, 영주네 가족의 하루하루는 힘겹기만 하다. 가정과 학교 친구들 사이에 겪게 되는 문화적 갈등, 미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정폭력을 일삼는 아빠, 아빠처럼 방황하는 동생. 그러나 영주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라난 이민 1.5세대는 '낀 세대', 또는 '징검다리 세대'로 불린다. 한국인으로서의 자기정체성이 강한 1세대나 미국에 완전히 동화된 2세대와 달리, 1.5세대는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어린 시절에 미국으로 건너간 탓에 극심한 정체성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민 세대의 고달픈 가족사는 한국 현대사의 의미 깊은 한 단면을 보여준다. 그들의 문제는 바로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도 또 누군가는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