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살, 손수진은 서른 살의 자신을 상상했다. 경제력도, 커리어도 괜찮은 당당한 서른. 스물아홉에는 1년간 세계여행을 해야지. 지도로만 보던 세상을 자신의 발로 직접 밟고 서른을 맞으리라. 대학을 졸업하고 카피라이터로 일하면서 한살 두살 나이를 먹었다. 세계여행을 떠나기로 했던 스물아홉이 지났지만 아직 돈이 모자라서, 커리어가 부족하니까… 그렇게 꿈을 “액자에 걸어놓고” 야근과 철야로 날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아침, 계절이 바뀌는 시점에 나는 바람냄새를 맡고, 홀연히 이제는 긴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1년간의 일요일을 자신에게 선물해야지. 사표를 내고 전세를 뺐다. 엎지르고 나니 다음은 쉬웠다. 여행을 떠나든 안 떠나든 삶은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것 아닌가 생각하니 무작정 내린 결정에 확신이 생겼다.
서른한 살, 손수진은 세상의 진기한 풍경, 온갖 좋고 나쁘고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고 1년 일주일 만에 돌아왔다. 하얗고 작고 통통한 서른에서 까맣고 여전히 통통한 서른한 살로. 서른둘, 그녀는 지금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로 또다시 야근과 철야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돌아온 지 석 달 만에 재취업을 했다. 1년간의 무모한 여행을 나름의 경력으로 봐주기도 했고, ‘그 녀석 강단 있네’란 시선을 받기도 했다. 떠나기 전 내가 여행 간 사이에 남들보다 뒤처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돌아와보니, 남들도 그리 빛의 속도로 발전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도 여행 다니는 동안 자랐다는 걸 발견했다. 이 책은 세상 끝자락에서 1년 1주일의 일요일을 보내고 돌아온 기록이다. 온갖 모험과 경험이 담겼지만, 그녀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갖는 가장 큰 바람은 자신의 경험을 읽고, 오랫동안 세계여행을 마음속에 꿈으로 간직한 이들의 등을 떠미는 것이다. “그러니까 당신도 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