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깊이를 간직한 지리산 시인 박남준의 4년 만의 산문집
인터넷카페 ‘악양편지’에 10년 넘게 써온,
오랜 벗들에게 띄우는 연분홍 꽃편지
‘뻔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찾은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
“나랑 함께 가서 살래?”
박남준 시인이 전주 모악산에서 지리산 자락 악양 동매리로 이사한 지 14년. 작가는 인터넷카페 ‘박남준 詩人의 악양편지’에 10년 넘게 글을 쓰고 있다. 편지이기도 하고 산문이기도 하고 때론 시이기도 하다. 시산문이라고 해야 할까. 일종의 일기라고도 할 수 있다. 오랜 벗들, 후배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4년 만에 책으로 묶었다.
지리산 자락 마을이라 그렇겠지만 편지에는 자연이, 특히 꽃이 많이 등장한다. 복수초꽃, 청매화 홍매화, 모란꽃, 구절초꽃, 옥잠화처럼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꽃부터 앵초꽃, 방울꽃, 가시연꽃, 파초꽃, 상사화, 산작약꽃, 물봉숭아꽃, 개불알풀꽃처럼 조금은 낯선 꽃까지. 심지어 남쪽 바다에서 온 게 분명한 해당화, 수선화, 흰동백꽃, 그리고 울릉나리도 등장한다. 시인의 집은 작은 식물원 같다. 작가는 사시사철 꽃들에게서 느낀 변화와 생명의 기운을 벗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한다. 시인에게는 이 꽃들이 친구 이상이다. 추운 겨울 지나고 눈밭에서 복수초가 황금빛 꽃을 펼치자 “반갑고 고마워 나를 위로해주려고 왔구나”(‘노란 햇살이 고개를 내미네’에서) 하고 말을 건네고, 어느 날 계곡을 지나다 현호색을 만나서는 그 앞에 앉아 “나랑 함께 가서 살래?”(‘놀고 있다’에서) 하고 말을 건다. 한 편 한 편 따라가다 보면 지리산 사계절 엔간한 꽃들을 다 만날 수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꽃마다와 나눈 이야기며 얽힌 사연들은 저자가 찍은 240여 장의 사진들과 함께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