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도 괜찮아, 잘못 기억해도 괜찮아
우리는 잊음으로써 더 잘 기억할 수 있고, 철저히 기억함으로써 아픔을 잊을 수 있다.
온전하지 못할 때에 더욱 빛을 발하는 기억과 기억해야 할 것을 돋보이게 하는 망각에 관한 치유와 위로의 인문학적 고찰.
『기억, 기억과 망각의 이중주』는 트라우마와 치유의 문제에 관해 천착해온 영문학자 서길완이 우리의 정체성을 유지해주는 기억에 주목하여 집필한 책이다. 기억이 없다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연결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스마트폰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비롯해 수많은 디지털 기록 장치들 덕분에 바야흐로 ‘토탈 리콜’의 시대의 문턱에 다다른 지금, 망각을 비롯한 기억의 오작동은 중차대한 죄악으로 느껴지기만 한다. 하지만 망각이 과연 나쁜 걸까? 이에 저자는 발자크의 『아듀』와 수전 브라이슨의 『이야기해 그리고 다시 살아나』 오드리 로드의 『암 일기』 등 허구와 사실을 넘나드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기억하기 힘든 기억, 트라우마를 이야기한다. 나의 정체성을 흔들리게 만드는 너무나도 괴로운 기억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기억의 오작동은 내 무의식이 원하는 바를 반영하기도 한다. 때문에 망각이나 착각은 오류나 잘못이라기보다는 자아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한 트릭이라고 할 수 있으며, 오히려 기억하는 바를 단순한 기록이 아닌 나만의 기억으로 만들어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트라우마와 같이 끔찍한 기억을 잘 수습하는 데에는 기억과의 올바른 대면이 필요하다. 이 책은 망각이나 기억의 오류가 단순히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다 잘 기억해주는 것이며, 나아가 기억과 망각은 반의가 아니라 상보적인 관계임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