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일단 1인 가구와 혼족의 증가를 경제적 원인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제일 많다. 경제적 곤란 때문에 혼자 살고, 혼밥·혼술을 비롯한 혼족의 생활 특징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예를 들어 공무원 시험이나 취업 준비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3천 원짜리 컵밥이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또한 퀵서비스 같이 밖에서 업무를 해야 하는 많은 저임금 직종 종사자는 저렴하고 간편한 혼밥이 생활일 수밖에 없다. 대체로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업무 공간이 없는 조건이거나 경제적인 곤란 때문에 강제된 것이 혼족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1인 가구 증가나 취업난 등 경제적인 조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20~30대 159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2.5%가 스스로를 ‘나홀로족’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통계청이 조사한 전체 가구 대비 1인 가구 비율의 거의 2배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1인 가구가 아닌 경우에도 자신을 ‘혼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상당수에 이른다.
또한 그들은 혼족이 된 이유를 주변 조건이나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복수응답이기는 하지만 ‘원하는 방식대로 할 수 있어서’가 75.9%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한다. 이어서 혼자만의 시간이 보장되며(66.4%), 경제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36.7%)로 이어진다. 이외에도 남에게 맞추는 것이 힘들거나(35.5%) 남과 비교되는 게 싫어서(10.6%) 혼족이 되었다는 순서로 대답이 이어진다.
이 가운데 경제적 곤란을 꼽자면 ‘경제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라거나 ‘남과 비교되는 게 싫어서’ 정도인데, 이는 전체 대답 가운데 상당히 적은 비중이다.
_p18~19, 중
우리는 하루에 자신에게 24시간이 주어져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24시간은 온전히 내 시간이 아니다. 24시간 중에서 3분의 2 이상은 타인의 시간이다.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목록에 가득 채운다. 24시간이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분 단위로 쪼개 사용하면서 뿌듯해 한다. 하지만 그 시간 안에 자신을 채우고 있다는 생각은 착각일 뿐이고, 실제로는 그가 속해 있는 거대한 사회 조직의 틀 속에 맞추어진 것들이다. 어쩌면 자신의 시간은 고작 잠자는 시간뿐일지도 모른다. 그나마 낮 시간에 겪은 타인과의 연결이 계속 강박으로 남아 있다면 잠자는 시간조차 내 시간이 아닐 수도 있다.
인간은 시간과 공간 안에서 살아간다. 시간과 공간의 주인일 때 비로소 그 사람은 자유인이다. 자유인이란 자기 운명의 주체가 자신인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하루의 대부분을 타인에게 쓰거나 타인의 시선 안에 갇혀 있는 사람을 자유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노예제도 아래에서만 노예가 있는 것은 아니다. 혼족은 비록 조건의 영역이긴 하지만, 노예적 삶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제공한다. 혼족의 시간이 자기를 위한 시간의 확대로, 나만의 고독과 침묵으로, 나만의 독서로, 나만의 성찰로 이어질 때 비로소 우리는 자유인의 길로 한걸음 다가설 수 있다.
_p35~36, 중
보다 분명히 말하자면 독립적으로 삶을 영위할 마음과 조건을 준비한 사람이 결혼생활을 하더라도 행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 혼자 설 수 없는 사람은 결혼이 의존관계 형성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경제적·감정적 의존은 필연적으로 인간으로서의 예속을 낳기 마련이다.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상대방을 소유하고 구속하는 결과를 맺기 십상이다. 먼저 자유롭고 독립적인 인간으로 바로 서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가족이라는 문제를 놓고도 혼자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고독이라는 감정에 익숙해져야 한다. 자신을 먼저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를 전제로 개인의 판단에 따라 결혼과 비혼 중에 자기 행복을 위해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면 될 일이다.
비혼이 확대되면 출산율 저하 현상이 더욱 심화되어 사회 유지가 어려워진다는 비판이 바로 제기된다. 하지만 현실의 진행과 상당히 동떨어진 주장에 불과하다. 비혼이 가장 확대되어 있는 유럽의 경우 오히려 한국보다 높은 출산율을 보인다. 서유럽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비혼 비율을 보이는 프랑스의 경우 가임 여성 한 명당 정상 출산율인 2명에 가깝다. 이에 비해 여전히 결혼 비중이 훨씬 높은 한국은 1.1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_p114~115,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