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랑시에르가 1996년부터 2005년까지 10여년에 걸쳐 브라질의 유력 일간지에 연재한 시론들 중의 일부를 모아 편집한 것이다. 책에 실린 34개의 시론들은 프랑스의 정치, 사회적 사건들에서부터 이라크 전쟁, 보스니아 전쟁과 같은 국제적 사건들은 물론 화제가 된 영화들과 전시회들 등 다양한 소재들을 다루고 있다. 여러 사건들에 대해 랑시에르는 자신의 관점에서 평가하고 해석한다.
랑시에르가 고민해 온 정치의 문제, 인권의 문제, 예술의 문제 등이 개별적 사건들과 만나면서 함축적으로 다뤄진다. 랑시에르의 생각에 어느 정도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이 책에서 그의 생각이 구체적이고 시사적인 사건들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정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랑시에르가 말하는 합의란 정해진 방식으로 사물들, 사건들을 가르고 구분하는 것이다. 소재가 된 사건들 대부분은 우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것들이지만 글을 읽다 보면 한국의 정치현실, 지역감정, 학교교육문제, 식민지근대화논쟁, 언론문제 등, 현재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어렵지 않게 연상이 된다.
때문에 랑시에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한국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이 책에서 발견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5월에서 다른 5월로’라는 시론은 한국 정당 정치의 문제를 떠올리게 만든다. 랑시에르와 같이 생각한다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어떤 정치적 사안에 대해 의견의 일치를 보는 것을 합의라고 할 수 없다. 랑시에르가 보기에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서로 대립하는 집권 가능한 정당으로 구분되는 것 자체가 바로 합의이다. 그런 합의는 자연스럽게 우리가 투표를 할 때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선택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랑시에르는 모두가 동의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런 구분 자체가 갖는 문제를 보여주려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