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결핍의 고통, 현실과 환각의 경계.
그 무거운 터널 속에서 결코 빠져나오지 못하는 존재의 초상.
활동 18년 만에 첫 작품집을 선보이는 작가 김임선은 상실, 상처, 죽음을 소재로 해 인간이 겪는 심리적 문제를 가시화하고, 현실과 그 너머의 세계를 동시에 살고 있는 병리적인 존재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그린다. 그의 작품 여섯 편을 담아낸 이번 소설집에는 과거의 상처, 타인과의 관계에서 경험한 결핍으로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나비의 기억」의 주인공 해민은 자동차 사고로 뱃속의 아이를 잃었고, 「꿈길밖에 길이 없어」의 마리는 영화 속 남자주인공에게 '너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그를 찾아 헤맨다. 각 작품을 이끌어가는 이들은 각자에게 닥친 상실과 고통을 극복하거나 감당하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눈 앞의 현실에 뿌리 내리기 보다 이를 외면하고 자신들만의 새로운 세계를 구축해 그 안에서 살아가기를 택한 것이다. 작가 김임선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그려내는 탁월한 문장으로 심리적, 육체적으로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