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시간에 맞선 「켈로그」 노동자들의 이야기
1930년대, 미시건 주 배틀크리크의 「켈로그」 공장은 기존의 8시간 3교대제를 6시간 4교대제로 전환하는 획기적인 안을 제시한다. 「켈로그」 소유주인 W. K. 켈로그와 사장 루이스 J. 브라운은 이 새로운 제도로 배틀크리크 시의 실업자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고, 노동자들에게는 더 많은 휴식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6시간 노동제는 그 출발에서부터 당시 대공황에 허덕이던 후버 행정부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전 세계 논평가들은 6시간 노동제가 현실성 있는 불황 타개책이면서 지난 한 세기 동안 지속돼 온 노동 시간 단축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기대는 현실로 드러났다. 3교대제 당시 일상적인 시간외 근무로 쌓인 피로가 사라지면서 노동자들의 사고율이 50퍼센트 가까이 줄었고, 6시간제를 도입한 지 5년 뒤에는 도입 전 인력의 40퍼센트에 달하는 인력을 추가 고용할 수 있게 됐다. 증대된 효율성 덕분에 단위당 생산 비용도 낮아져 노동자들은 8시간 노동을 했던 당시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보수를 6시간제에서도 받을 수 있었다.
저자는 노동자들의 인터뷰와 경영진의 수기, 언론 보도 내용을 중심으로 생생하게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내고 있다. 특히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6시간제를 끝까지 지지했던 노동자들의 화법이다. 그들은 ‘추가적인 두 시간’에 자신이 한 일을 묘사하면서 “~을 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식의 ‘자유의 언어’를 주로 사용했다. 반면 8시간 노동자들은 “불가피”하다거나, “해야만 한다”라는 식의 ‘필요의 언어’를 사용하며 그들의 입장을 정당화했다. 저자는 ‘표준 8시간제의 정착’을 ‘필요의 언어’가 ‘자유의 언어’를 잠식해 가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필요란 곧 자본의 필요다. 따라서 「켈로그」 공장 6시간 노동제의 역사는 노동이 여가를 몰아내고, 개인의 자유를 경제 성장이라는 논리가 압도해 가는 과정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1997년 IMF 구제 금융으로 구조조정이 한창일 때, 「유한킴벌리」는 4조 2교대제라는 혁신안을 제시하며 오히려 고용을 늘리는 효과를 봤다. 「포스코」 역시 다가오는 2011년 4조 2교대제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렇다고 노동시간 단축이 모든 노동 문제의 해법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오히려 신자유주의 ‘노동 유연화 전략’과 맞물려 이미 비정규직화된 노동을 더욱 유동적으로 만들기 위한 자본의 전략으로 활용될 여지도 있다. 따라서 노동시간 단축이 그 의의를 발하기 위해서는 일터에서 노동자들의 통제력을 높이는 것과 함께 가야 한다. 이 책은 노동시간 단축이 단순히 노동시간 줄이기나 일자리 나누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일터를 틀 짓는 자본의 논리에 대한 저항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